2020년은 코로나19가 지구촌의 모든 일상을 덮친 ‘바이러스 역사의 해’였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공식 통보한 시점이 2019년 12월 31일이니 딱 1년이 지났다.
한갓 지역 질병으로 생각했던 ‘우한 폐렴’은 불과 1개월 만에 코로나19라는 세기의 질병명과 함께 전례 없는 감염병 대유행을 불러왔다. 인류는 질병과의 싸움으로 미래를 향한 걸음들은 멈췄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해를 넘기며 ‘변형 코로나20’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 새 지구촌의 코로나 확진자가 8000만 여 명, 사망자가 176만 여 명을 넘어섰고, 우리나라도 29일 현재 86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미국·유럽 등 여러 나라보다 두 차례의 대유행을 성공적으로 막아 ‘K방역’ 이름을 떨쳤지만, 3차 유행의 폭발적 확산과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지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새해 1월 3일까지 식당 5인 이상 모임 금지, 겨울 스포츠시설 운영 중단, 해돋이 명소 폐쇄 등을 골자로 한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 시행에 나섰다. 한편으론 코로나 백신 총 4600만 명 분(8600만회 분)을 2021년 1분기(2~3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언론과 정치권은 백신 보급 시기를 놓고 책임론만 따질 뿐, 미운털 박힌 문재인 정권의 실책들을 즐기듯 ‘불난 집 불구경’ 식이다. 그러나 코로나 퇴치는 방역과 백신의 양날개다.
# 매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는 교수신문은 2020년을 상징하는 말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란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꼽았다.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것으로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면서 터진 일을 협업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풀이다.
아시타비(我是他非)에 이어 후안무치(厚顔無恥·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 격화소양(隔靴搔癢·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 첩첩산중(疊疊山中·여러 산이 겹치고 겹친 산속) 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계의 헌신과 국민들의 노고를 담은 ‘천학지어(泉涸之魚·말라가는 샘에서 물고기들이 서로를 돕는다)’는 한참 뒤인 5위에 그쳤다.
문재인 정권과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표현한 교수사회의 분위기를 보여준 씁쓸한 대목이다.
#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 세계’ 특집에서 새해는 ‘비정상적 비확실성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다음 몇 가지를 주목했다.
▲코로나 백신 출하 이후 국가 간 백신 쟁탈전 ▲조 바이든 시대 무역전쟁 격화 가능성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등의 언택트 적응력 ▲핵 테러 등 현실적 위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며 팬데믹 이후 달라질 세계 비즈니스 대전환점의 시기로 예측했다.
한국은행과 KDI는 우리 경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0%와 3.1%로, 민간 경제 연구기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망치(LG경제연 2.5%, 한국경제연 2.7%, 현대경제연 3.0%)를 제시했다. KOTRA는 내년 수출 규모를 올해보다 6~7% 증가한 5400억~5500억 달러로 전망했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 기저효과 일 뿐이라며 냉소적이다.
#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 여느 해처럼 분주한 한 해가 또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얼굴없는 바이러스와 싸움 이외에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 5월을 기점으로 문재인 정권이 임기 5년 차로 접어들며 차기 권력을 위한 쟁투, 취업과 생계를 위한 대다수의 숨가쁜 나날들….
하지만 세밑만이라도 천겁같은 2020년도 털어내고, 소처럼 뚜벅뚜벅 다가오는 새해를 설레듯 맞이하자. 2021년 새해는 시인의 바람처럼 다 괜찮을 터.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들도 / 열렬히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 그대는 그대의 좌절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 희망을 심으며 살아내고 있다 / 그러니 괜찮다, 다 괜찮다 (김경빈의 ‘위로’ 中)
최영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o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