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업에서도 이런 식의 징계는 하지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충분한 해명 기회를 준다. 잘못된 징계 결정이라고 생각되면 노동부에 고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과와 관계없이 인력이나 재정적 낭비가 발생한다.
그런데 정의를 상징하는 법무부의 징계 절차나 징계 내용이 왜 그렇게 부실했을까? 왜 법무부는 법원이 인정하는 위법 사실을 제시하지 못했을까? 무식해서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목적이 정당성을 앞섰기 때문에 경황이 없어 업무 추진이 촘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기업에서조차도 생각 못 할 일 처리를 했을 것이다.
지금 여권이 해야 할 일은 적법한 절차로 일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것이 탄핵일 수도 있고 공수처 출범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여론의 향배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다음번 선거에선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론이란 많은 사람의 생각이다. 많은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이 편협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설령 그것이 시간이 지난 후에 별것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 당시 기준으로는 그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리더는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서 장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면 장점도 보이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유행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려면 안목이나 시각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모습을 절대 볼 수 없다. 연필통은 위에서 보면 둥글지만, 옆에서 보면 네모다. 물론 비스듬히 보면 입체 모양으로 내부도 보인다. 어안렌즈나 망원렌즈 광각렌즈나 단초점 표준 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망원렌즈는 먼 곳의 세밀한 곳을 볼 수 있지만, 광각렌즈처럼 넓은 풍경을 담지는 못한다. 단초점 표준 렌즈는 일정 부분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지만, 어안렌즈처럼 180도를 볼 수는 없다. 이처럼 시각을 바꾸거나 렌즈를 바꿔야 보이는 게 달라진다.
명성을 얻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 놓은 명성도 잃는 건 순간이다. 채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처럼 초고속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특히 리더는 간과해선 안 된다.
리더는 높은 산을 등산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면 좋다. 높은 산에 오르려면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정상에 오르면 주위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특히 정상에서 바라보는 저녁놀은 세상의 어떤 그림보다도 멋지다. 그렇더라도 정상에 오래 머무르면 안 된다. 정상에는 해가 한참 남아있더라도 지상엔 이미 해가 저문 상태다.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으로 정상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얼어 죽을 것처럼 춥기도 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밤길을 내려와야 한다.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무섭기도 하다.
높은 산에 올랐다면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산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빨리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정상에 선 리더도 이처럼 서둘러 과거 겸손했던 자신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상이나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