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秦) 나라의 왕이었던 영정은 기원전 221년 한韓ㆍ위魏ㆍ초楚ㆍ연燕ㆍ조趙ㆍ제齊 등 여섯 나라를 차례로 멸망시키고 중국 대륙을 통일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나라가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 진나라이다. 영정은 통일 후 스스로를 황제로 칭했다.
중국 역사의 아버지 사마 천(司馬遷)은 그의 저서 사기에서 3황의 이야기를 기술하지 않았다. 전설로만 믿었다는 증좌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의 시작을 오제본기(五帝本紀) 에서 부터 시작한다. 사마 천이 5제로 든 것은 황제헌원(黃帝軒轅) ·전욱고양(顓頊高陽) ·제곡고신(帝嚳高辛) ·제요방훈(帝堯放勳:陶唐氏) 그리고 제순중화(帝舜重華:有虞氏)이다.
시황제는 절대 권력의 상징이다. 요즈음 시진핑 국가주석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시황제에 버금가는 또 한 명의 권력자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중국은 신축년 새 해 들어서자마자 국가방위법을 개정했다. 개정의 골자는 그동안 국무원이 행사해오던 군사정책 제정권과 결정권을 공산당 중앙군사위로 이양하는 것이다. 개정 방위법은 또 전쟁을 개시할 수 있는 요건으로 '분열'과 '발전 이익'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홍콩 처럼 분열 세력이 나거나 미국 처럼 중국의 발전이익을 건드리는 사태가 발발할 때 중앙군사위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군사위원회의 위원장이 마로 시진핑이다 이 방위법 개정안은 2년여의 심사 끝에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법은 올 1월1일부터 발효됐다. 국가 방위에 필요한 물자 동원과 전쟁 개시에 대한 법적 권한도 시진핑 주석이 갖게 됐다. 또 군대와 예비군을 동원·배치하고 새로운 무기 개발에 국영·민간 기업을 참여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홍콩, 대만, 신장 위구르 차지구, 티베트 등은 이 법에 따라 즉각적인 군사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0월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로서 갖고 있던 범위를 보다 명확히 제시한 바 있다. 그 동안 총서기는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만 소집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 더해 중앙위 소집권도 시진핑에게 부여했다. 그 회의 의제까지 당의 총서기가 독점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한마디로 시진핑의 권력이 그만큰 강화됐다는 뜻이다. 이미 임기제한 철폐로 영구집권의 틀을 구축한 시진핑으로서는 그야말로 시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 시황제 시진핑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경제개발 측면에서는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이 시작되는 첫 해이다.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전면 건설의 첫해라는 점에서 중국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을 뚫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 몽을 실현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더 강력한 힘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올 신년사에서 "2020년 중국인들이 코로나19 방제의 대서사시를 썼다","위대한 조국과 인민, 민족정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했고 방제와 경제사회 발전에 중대한 성과를 거뒀다"며 자찬을 늘어 놓았다. 올해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천추의 대업을 지향하는 중국 공산당은 인민을 중심으로 초심을 견지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필코 실현할 것"이라고 각오도 다졌다. 시주석은 특히 올해가 '2개 100년'(공산당 창당 100주년+ 신중국 성립 100주년)의 역사적 교착점이라는 점도 언급하면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전면 건설을 위해 정진하자고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은 또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신년 다과회를 하며 '새로운 장정'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2021년 우리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성대하게 축하할 것이며 14차 5개년 계획을 제정 및 시행하고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새로운 장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치우스(求是)는 시진핑 주석이 2017년 유엔 제네바 본부에서 연설했던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을 새해에 또 게재했다. 이 연설은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손을 잡고 다자주의와 세계 평화를 수호하자는 시진핑 주석의 구상이 담긴 것이다. 올해에도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 백신과 경제 지원 등을 앞세워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중국 시진핑의 구상에 어떻게 대등할 지가 주목된다. 창당 100주년을 맞아 공산당 리더십을 전면에 띄우려는 중국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바이든의 민주당도 트럼프의 방식의 차이는 있어도 중국 견제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중국은 올해 경제와 군사력을 업그레이드해 2035년까지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 회의(19기 5중전회)에서 채택한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제조 및 기술 강국을 만들겠다며 이미 미국에 도전장을 냈다. 그 계획의 첫해가 바로 올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내수 시장을 강화하는 '쌍순환' 발전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쌍순환 전략은 겉으로는 세계 경제(국제 순환)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경제(국내 대순환)를 최대한 발전시켜나간다는 개념이다.속으로는 미국에 맞서 기술 자립을 통한 산업 자주화를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등에서 미국과 군사적 대치 중인 중국은 강군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중간 환율을 2005년 이후 최대폭으로 내려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1% 내린 6.4760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이 2005년 7월 달러 페그제를 폐지한 이후 최대폭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내린 것은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높이겠다는 뜻한다. 달러화와 뉴욕증시의 금융 패권에도 도전하는 신호일 수 있다.
2200년 전 진나라의 영정보더 더 힘이 세진 지 중국의 새로운 시황제 시진핑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