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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기업을 밖으로 밀어내는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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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기업을 밖으로 밀어내는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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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지난 2004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베트남 호찌민의 의류제조업체 ‘한솔 비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기업은 좋은 곳에서 살아야지, 불리한 곳에서 도덕심 갖고 하는 게 아니다”면서 “안에서 경쟁력 떨어져 죽는 것보다 나가는 게 낫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대단히 중요할 수 있다. 그대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해외진출업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해외에서도 ‘반기업정서’였다.
‘말실수’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귀국해서도 비슷한 말을 다시 하고 있었다.

“기업의 해외 이전이 산업공동화를 불러온다는 우려가 있는데,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 외에 일반 제조업 중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능동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국내 연관 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연관 산업’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해외진출업체들이 잘 굴러가면 국내에 있는 업체가 원·부자재 등의 공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훨씬 클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기업들이 견디지 못해서 밖으로 나가도록 만들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전경련은 지난주 ‘중대재해법이 초래할 수 있는 5가지 문제점’을 통해 부작용을 경고했다. 그 중에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으로 다른 나라 국부 창출에 기여’를 포함하고 있었다.

전경련은 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자 또 비판했다. “국내 기업은 더 이상 국내투자를 늘리기 어렵고, 외국기업들 역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것”이라며 “결국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더 보탤 만한 것도 있다. 국내에서 기업을 하려고 했던 ‘예비 창업자’도 사업계획을 접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잠재적 살인자’ 취급을 받아가며 기업을 할 생각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른바 ‘규제 3법’, ‘노조 3법’ 등으로 기업들은 잔뜩 위축된 상황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법’으로 알려진 생활물류법 제정안에 이어 ‘유통산업발전법’, ‘전자상거래법’ 등이 줄을 잇고 있다. '

기업들이 밖으로 나가면 우선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취업자 수 감소는 ‘일자리 정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세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기업들이 낼 세금이 줄어들면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뻔하다. 월급쟁이다. 월급쟁이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기업이 밖으로 나가면 그냥 나가는 게 아니다. 돈도 빠져나가지만 기술과 노하우도 함께 나가게 된다. 그럴 경우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전경련이 우려한 것처럼 외국기업이 투자를 기피하고, ‘예비 창업자’마저 사업 의사를 접으면 ‘산업공동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정부는 작년 11월 ‘유턴법’ 시행령도 개정한 바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외국에 진출했다가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첨단기업에게도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중대재해법’은 이 ‘유턴법’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