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가 가고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그는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재임 중 처음으로 하원으로부터 탄핵당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가진 채 자연인 신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현지시간 20일 오전 8시 20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출발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향했다. 앤드루스 기지 활주로에는 붉은 카펫이 깔렸다. 그리고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가진 환송행사 연설을 했다. 연설의 주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기 전 바이든 대통령에게 편지를 남겼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후임에게 덕담과 당부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집무실에 있는 대통령 책상인 '결단의 책상'에 남기는 것은 백악관의 오랜 전통이다. 멜라니아 여사도 질 바이든 여사에게 편지를 남겼다. 행사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손을 흔들었다. 비행기는
트럼프가 떠나고 바이든이 취임하자 미국 에서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말이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를 향해 '미국의 귀환'을 선포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 정책은 동맹 강화와 글로벌 리더십 회복으로 요약된다. 지난 4년 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적인 고립주의를 자처했던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대척점에 선 정책이랄 수 있다. 소통과 협력, 다자주의를 통해 신뢰를 회복,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포석이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이 아닌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첫 내각 인선은 외교안보팀이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 외교를 담당했던 만큼 외교안보 분야를 중시하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실책을 시급히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에이브릴 헤인스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국토안보부 장관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전 국무부 차관보, 대통령 기후 특사에 존 케리 전 국무장관 등을 발탁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관은 아시아 지역과 큰 인연은 없지만 군 작전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로 중동과 유럽에서 해외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부 전략기획 담당 부차관 및 정책 담당 수석부차관을 지냈으며 그 역시 '피봇 투 아시아' 정책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2인자 자리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명했다. 이란 핵 합의 미국 측 수석 대표로 실무를 진두지휘했고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공동코뮈니케 채택 등에 관여한 한반도 전문가로 꼽힌다. 국무부 3인자엔 빅토리아 뉼런드 전 국무부 차관보를 내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 대사, 유럽 재래식무기감축협정(CFE) 담당 특사, 국무부 대변인 등을 역임한 외교관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하거나 관계가 악화한 국제기구와 관계 복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우선 복귀할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후변화 문제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취임 첫 날 복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세계무역기구(WTO) 정상화도 서두를 것이다.
이란 핵 합의 복원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란 핵 합의는 중동 군비 경쟁을 막는 열쇠"라며 "이란이 합의를 엄격히 준수한다면 미국도 이 합의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이 최근 우라늄 농축 농도 상향 등 협상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동 화약고인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될 지도 주목된다.
이 외에 이민 정책은 좀 더 포용적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78)은 현지시간 20일 정오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혼돈과 분열의 도널드 트럼프 시대 4년을 끝내고 새 대통령에 오른 그는 취임사를 통해 통합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결별하고 동맹 회복과 ‘미국의 귀환’을 내걸어온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 대내외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47분께 워싱턴 의사당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진 취임사에서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가리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소중하고 깨지기 쉽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며 “(그러나) 이 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와 인종 불평등, 정치적 극단화, 백인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 등 미국이 마주한 도전을 언급하고, “위기와 도전의 역사적 순간이다. 통합만이 성공을 향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 없이는 평화가 없다. 비통과 분노가 있을 뿐”이라면서 서로를 적이 아닌 이웃으로 바라보고 품위와 존경으로 대하며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빨강 대 파랑, 농촌과 도시, 보수와 진보를 서로 적으로 만드는 이 야만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폐기 방침도 명확히 했다. 그는 전세계를 향해 “우리는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세계와 협력할 것”이라며 “평화와 발전, 안보의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단순히 힘의 과시가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우선주의는 갔다. 그렇다고 착한 미국 이 온다는 보장은 없다. 민주주의이 인권 그리고 세계평화도 어디까지나 미국의 국익관점에서 나오는 것이다. 더 무서운 미국이 올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