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매도 재개 논란을 보고 있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기법을 뜻한다. 국내에서 소유하지 않은 증권을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됐다.
당시 공매도 금지의 명분은 주식시장 안정이다. 한차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지난해 9월에도 그 취지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시장변동성의 안정화다.
정책목적을 이뤘다고 공매도재개가 정당한지 따져야 한다. 이론으로 보면 공매도는 순기능이 많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가격발견기능을 강화하며 적정가격형성에 도움이 된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가격의 고평가와 거품을 방지하고,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헤지도 할 수 있다.
이같은 순기능에 대해 공매도 반대론자들도 이견은 없다. 공매도가 실제 주식시장에서 적용되는 모습을 보면 말은 달라진다. 가장 큰 문제는 큰손과 개인투자자와 사이에 불평등한 접근기회다.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비해 공매도 접근기회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떨어진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주식시장에 거래주체별 비중을 보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1.3%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비중은 65.0%에 이른다. 기관투자가가 33.7%의 비중을 차지한다.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인 셈이다.
이는 공매도제도 자체가 개인접근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와 비슷한 대주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종목수는 물론 물량도 많지 않아 있으나 마나한 제도로 전락했다. 대주는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서 주식(대주)을 팔고, 하락시 해당 주식을 매입해 상환 차익을 얻는 일종의 신용거래를 뜻한다.
선진국은 다르다. 미국은 대형 증권사들이 많은 종목과 물량을 보유하고 이를 개인들에게 공매도 관련 대주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은 일본증권금융이 대규모 물량을 보유하고, 이를 개인들에게 대주서비스로 빌려줘 개인의 공매도 거래에 어려움이 없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당국이 대주종목, 잔고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지난해 12월 개인 공매도 활성화를 위해 대주참여 증권사를 10개로 늘리고 중장기로 대주가능 주식물량을 1조4000억 원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주식시장의 1일 평균 거래대금이 40조 원이 웃도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물량으로 큰손과 개인의 공매도 격차를 줄일지 의문이다.
공매도하기에 높은 비용도 부담이다. 신용대주 매매수수료는 보통 0.1%~0.3%이고 주식을 빌리는 대가로 연평균 7.0%~8.0%의 이자를 내야 한다.
당국은 공매도 재개를 위해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강화를 약속했다. 정말 진심이라면 대주종목과 잔고를 확대하고, 비용부담도 낮춰 개인도 공매도의 자유를 줘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공매도를 금지한 뒤 주식시장이 급등하며 개인들은 공매도의 순기능이 아니라 역기능을 뼈저리게 느꼈다. 생색내기식 어설픈 공매도재개는 다수의 주식투자자가 아니라 소수의 큰손의 편을 든다는 불신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