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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연초에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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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연초에 리더가 물어야 할 질문

서수한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이미지 확대보기
서수한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연초 조직에 따라 시기는 좀 다르지만, 대부분의 리더가 이 시기에 변화를 겪는다. 상사가 바뀌거나 책임이 바뀌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변한다. 승진하거나 새로운 부서에 발령이 난 리더들은 일과 사람을 익히느라 에너지를 집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스스로에게 꼭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 있다. ‘나는 여백이 있는 리더인가?’

여백(space)은 새로운 생각을 담는 공간, 타인을 담는 공간이다. 기존의 것을 가지고 입증하고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새것을 배우고 다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시간이다. 내가 발전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주는 여유이기도 하다. 여백이 있어야 새것이, 다른 것이 담긴다.
얼마 전 참석한 세미나에서 참가자 중 한 명이 기업의 HR담당자에게 ‘교육담당자로서 볼 때 비대면 교육과정을 잘 소화하는 강사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물었다. 그 HR담당자는 ‘진정성 있는 상호작용’이라고 답했다. 강사와 학습자 간 상호작용에서 질문이 나오면 답변 잘해주는 모습은 같았다. 다만 어떤 분의 답변은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느껴졌고 어떤 분은 진정성있게 느껴졌다. 진정성있다 느껴진 분들이 강의 평가도 더 좋고 전달도 더 잘 되었다는 설명이다.

답변 잘 해주는 것은 동일한데 무엇을 보고 ‘진정성 있다’, 혹은 ‘형식적이다’라고 느꼈을까? 그 차이를 가르는 중요한 지점에 ‘여백’이 있었다. 참석자가 질문하면 바로바로 답변하는 모습에서 ‘유능함’보다는 ‘형식적’이라고 느꼈다. 질문을 쳐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질문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싶어 잠깐 여백을 가지는 모습에서, 좀 더 질문자에게 맞는 답변을 주고 싶어 추가적인 질문을 건네는 모습에서 오히려 진정성을 느꼈다.
연초 리더는 바쁘다. 올 한 해 책임져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간과하는 것이 있다. 최선은 종종 ‘나의 의도’에만 담겨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시기는 구성원 입장에서도 리더를 집중하여 관찰하는 시기이다. ‘어떤 스타일의 리더인지’, ‘이 사람 신뢰해도 되는지?’ 리더의 표정, 말, 행동을 관찰하고 구성원들끼리 해석을 나눈다. 구성원들은 팀장의 ‘선한 의도’가 아닌 ‘보이는 행동’을 보고 해석하고 판단한다. 그 해석은 ‘공유하는 진실’이 된다.

관계는 일시적 시점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자란다. 리더 혼자 끌고 가는 팀이 아니라 구성원들과 시너지를 내고 함께 배우며 함께 성과를 만드는 팀을 만들고 싶다면, 리더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쉼 없이 대답하는 수려한 답변보다 잠시 머무르는 여백이, 당신이 진심을 담아 건네는 질문 하나가 ‘함께 하는 팀’을 만든다. 리더의 텍스트에 구성원의 텍스트가 담길 때 함께하는 맥락(context=text+text)이 된다. 그래야 리더의 일이 아닌 팀의 일이 되고 함께 쓰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모든 질문이 같은 영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질문은 마음을 닫게도 하고, 열게도 한다. 경계를 넘게도 하고, 경계를 더 선명하게 세우기도 한다. 질문형식만 갖춘 일방적 지시, 리더의 의중을 헤아려 답을 맞혀야 하는 질문은 오히려 고통스럽다. 담으려는 마음 없이 시험하듯 묻는 질문은 불편함만 높인다.

그래서 리더에게 여백이 필요하다. 나는 질문하는 리더인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리더인가? 나는 구성원을 담아내며 이끌고 있는가? 거기에 나는 제대로 담겨있는가? 내가 여백이 있어야 진짜 내가 온전히 담긴다. 내가 여백이 있어야 구성원이 담긴다. 결국, 질문의 방향은 나를 향한다. ‘나는 여백이 있는 리더인가?’ 잠시 멈추고 나를 위한 여백을 갖자. 기존의 것을 가지고 입증하고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새것을 배우고 다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시간. 내가 발전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건네는 격려와 성찰. 10%, 어쩌면 1%도 충분하다. 그 공간에 비로소 새로움이, 타인이 담긴다.


서수한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