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월급은 거의 떨어지고, 다음 달 월급은 아직 나올 때가 되지 않아 경제 사정이 어려운 때를 ‘보릿고개’에 빗대어 이르는 말.” 2005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단어라고 했으니, 더 이상 신조어일 수 없는 용어다.
그리고 ‘용돈고개’도 생겼다. 새로 용돈을 받기 전에 예전의 용돈이 떨어져 경제 사정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용돈 가운데 ‘식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다는 응답이 64.8%나 되었다. 교통비, 문화생활․취미, 통신비 순으로 나타났었다.
그런데, 이 ‘용돈고개’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외식물가’ 때문이다. 빵과 햄버거, 음료 등의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인상률이 9%나 되는 품목도 있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1월 생산자물가도 작년 12월보다 0.9%가 올랐다고 했다. 3개월 연속 오름세다.
농림수산품의 경우는 7.9%나 올라 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고 했다. 닭고기, 달걀 등은 ‘두 자릿수’로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외식물가’는 더 오르게 생겼다.
작년 7월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점심값은 평균 6260원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7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72.2%는 점심값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하고 있었다. ‘용돈을 아끼기 위해 점심값을 줄여본 적 있다’는 응답도 47.9%로 절반 가까웠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용돈고개’는 한층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수입이 깎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3.2%나 줄었다고 했다.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그나마,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직장인의 경우다. 실업자 수는 157만 명으로 사상 처음 150만 명을 넘었다고 했다. 이들에게는 넘기가 훨씬 껄끄러운 ‘용돈고개’가 아닐 수 없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