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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국회, 스타트업의 걸림돌은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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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국회, 스타트업의 걸림돌은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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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성묘 가는 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이유보다 험난한 산을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등산 자체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인적 드문 시골의 선산을 오르는 일은 등산과 달랐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길에는 나무 덤불이 우거져 있었고 바닥에는 삐쭉한 풀들도 높게 자라 있었다.

명절이라서 예쁘게 차려입은 옷에 흙이 묻는 일은 각오해야 했고 운이 없다면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질 수 있었다. 그 어려움을 각오해야 갈 수 있는 게 성묘 가는 길이다. 성묘 가는 길 옆에 보이는 어떤 길은 수십년간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아 아예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나무와 풀이 우거졌다. 그런 길은 나뭇가지와 풀뿐 아니라 바닥에 뱀도 조심해야 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길이 아닌 곳을 걸어가는 일이다. 그 길의 끝에 목적지가 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가다가 나뭇가지에 찔리거나 뱀에게 물려 좌절할 수도 있다.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데 가다가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목적지로 향하는 걸음을 더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길을 간다. 기존에 없던 차량호출 서비스를 내놓기도 하고 새로운 VOD 서비스를 만들었다. 새로운 개념의 배달 서비스를 내놓기도 하고 서점을 통째로 스마트폰에 옮기기도 했다.
당연히 그들은 누군가에게 발목이 잡힌다. 앞서 말한 대로 길이 아닌 곳을 가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그들의 발목을 잡는 뱀이 정부와 정치인이 돼선 안 된다.

차량호출 서비스였던 타다 베이직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국내 OTT업계는 음원 저작권요율 인상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와 국회가 전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신산업에 족쇄를 채웠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환경이 공정해지기 위해 길이 아닌 곳을 가는 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많은 젊은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 삼성, LG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에 합격하는 것만이 성공이 아님을 보여주는 게 어른과 정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