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도입한 은행 자본규제 완화조치를 지난 주말 종료했다. 3월말 시한 부 였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제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것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 직후 금융시장 불안을 더 부채질한 요인으로 지적되어 은행과 헤지펀드, 외국 중앙은행들이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미국 국채와 그밖의 채권을 대량 매도하는 바람에 미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는 불만이 제기되어 왔다.
미국 은행들은 이 규제 완화의 종료를 앞두고 로비스트들 까지 동원해 완화 조치의 연장을 호소해왔다.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보유 중인 국채를 투매해 미 국채 금리 급등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연준은 그러나 은행들의 자본 상태가 좋기 때문에 예외 조치가 종료되더라도 지급준비율을 맞추기 위해 미 국채를 투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종료를 선언했다. 여기에는 정치원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셰로드 브라운(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은행들의 연장 요구를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
그동안 민주당 내에선 소위 `월가 매파(강경파)` 의원들이 SLR 규제 완화 연장에 반대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만든 규제 완화 조치를 조금씩 연장하면 도덕적 해이가 계속돼 금융 불균형이 가속화될 수 있다”면서 연준을 압박해 왔다.
현재 미국 대형은행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2조 달러(약 226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SLR 면제 조치 종료로 은행들이 이 중 3500억(396조원)~5000억 달러(565조원) 규모를 팔아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만인 18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75%까지 오르며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들썩이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6년 만에 인상했다. 같은 날 터키도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렸다. 러시아 또한 기준금리를 19일 4.25%에서 4.5%로 인상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