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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리더에게 요구되는 의사결정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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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리더에게 요구되는 의사결정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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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플랜비디자인 파트너 위원
신학기가 시작되면, 학급에서는 대표를 선발한다. 반 대표를 뽑을 때, 성적은 참고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절대조건은 아니다. 성적보다 반 대표에게 먼저 요구되는 덕목은 책임감과 성실함,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능력 등이다. 조직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리더가 생겨나기도 하고, 선거 등을 통해 리더에게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물론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조직마다 각자 다른 기준과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지금 여러분이 속한 조직의 리더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우리는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

2월에 국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CEO, 임원, 팀장급으로 세분화하여 의사결정의 원칙과 가치, 리더의 성향,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문화 등에 대하여 동료들이 상사를 평가하는 설문이다.
응답 결과에서, 동료들은 우리 리더의 결단력(3.93-이하 Likert 5점 척도)과 책임감(3.85)항목에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더불어, CEO와 임원은 고객가치를 중요시하는 의사결정을 한다(3.73/3.47)는 점에서, 임원과 팀장급은 평소에 자기 관리와 컨디션 조절을 잘한다(4.00/3.63)는 항목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아쉽다고 평가한 항목은 세 그룹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CEO의 경우에는 결정의 과정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이성적인가라는 항목에 가장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2.82). 결정의 순간에 최종 책임까지 고려해야 하는 CEO의 무게감을 감추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팀장급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고르게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다.
임원의 경우는 세 그룹 중 전반적으로 가장 낮은 점수인데, 가장 아쉽다고 한 성향과 원칙은 리더가 확증편향을 극복하는가(2.82)의 항목이었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 기대, 생각을 지지해 주는 정보는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이렇게 확증편향을 극복하지 못하는 점은 협업 가치를 중시(2.94)하거나 자신의 역량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가(3.00)하는 항목에서도 소극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아울러 임원급들과 함께 만들어 내는 조직문화는 취약성의 고리(2.65), 심리적 안전감(2.88)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취약성(Vulnerability)의 고리는 구성원 한 명이 자신이 취약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상대방도 취약하다는 신호로 화답하면서 서로 취약성을 공유하고, 이는 높은 신뢰로 이어진다는 개념이며, 심리적 안전감(Psychology Safety)은 동료들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모습을 솔직히 보여줘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CEO나 팀장급이 주도하는 문화는 두 항목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았다.

종합해 보면, 임원급은 CEO나 팀장급과 비교할 때, 가장 강한 결정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결정의 순간에 자신의 신념과 가치가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고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취약성이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하여 경쟁적인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리더로 평가되고 있다.

리더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자기 생각만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 사실 자신의 결정 스트레스를 표출하면서 동료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도적인 사람일수록 본인이 힘들면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리더는 이러한 행동이 때에 따라서는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리더가 이전에 받은 경험과 동료에게 제공하는 경험은 달라져야 한다. 동료의 입장에서도 당장 나의 리더를 바꿀 수 없다면, 리더를 이해하고, 이해함을 공유하는 부드러운 전환을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변화와 수용은 아날로그이지만, 결과는 디지털이기 때문이다.


이동호 플랜비디자인 파트너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