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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추첨․거리두기 벚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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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추첨․거리두기 벚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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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일본은 우리를 합병하면서 벚나무를 대대적으로 보급했다. 합병 이듬해인 1911년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키더니, 수천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제법 자란 1924년부터는 야간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밤 벚꽃놀이'는 이때부터 이루어졌다고 한다.

물론 일본 사람들이 즐긴 것은 벚꽃놀이가 아니었다. 자기들 용어로 ‘하나미(花見)’였다. 벚꽃이 아니라 ‘사쿠라’였다. 그들은 ‘남의 땅’에서 기고만장했을 것이다.
일본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에나 벚나무를 심었다. 관공서, 큰길가, 유원지 등에는 벚꽃이 넘쳤다. 관할 관청에서 책임지고 가꾸도록 했다. 온 나라가 '사쿠라 천지'였다.

그런 그들에게 물들었는지, 우리도 벚꽃놀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기상청은 벚꽃이 피는 예상 시기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은 벚꽃이 어디까지 ‘북상’했다고 중계(?)까지 하고 있다. 우리보다 개화 시기가 빠른 일본에서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것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진해의 벚꽃 개회 시기가 10년 전보다 보름 가까이 빨라졌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진해의 벚꽃은 1910년에 2만 그루를 심었던 것이라고 했다. 광복 후 일제 잔재를 없앤다고 거의 잘라버렸는데, 1962년 일본에서 묘목을 다시 도입해서 심고 있었다.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데 외면할 이유는 없다는 논리였다.

그렇지만 올해 진해 벚꽃놀이는 없다. 매년 수백만 명이 찾던 ‘진해 군항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소되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이다. 서울 여의도의 벚꽃축제도 취소되고 있다.

그 대신 ‘거리두기 벚꽃구경’이라는 ‘변칙’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 벚꽃은 ‘추첨 구경’이 되고 있다. 추첨을 통해 3500명이 둘러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진해 군행제도 작년처럼 ‘벚꽃 명소’를 폐쇄하지는 않지만 주차장과 화장실 등 관광객 편의시설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보도다. ‘거리두기’를 잘 지키도록 계도할 것이라고 했다.

청주의 ‘무심천 벚꽃’도 ‘거리두기’다. 청주시가 행정명령을 발동, 통제를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은 당연하고, 2m 이상 간격 유지, 주·정차 금지, 노점상 영업금지, 음식물 취식 금지,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집합금지 등이다.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 벚꽃축제’, 강원도 강릉의 ‘경포벚꽃잔치’ 등도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지자체들은 아쉬운 관광객들을 위한 ‘온라인 관광’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관광객들은 그렇게 ‘대리민족’이라도 하겠지만 지역경기는 또 암담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봄 축제’가 줄줄이 취소된 상황에서 ‘추첨 구경, 거리두기 축제’는 경기에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