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았다.
홍 부총리는 작년 10월말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산업활동동향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한 방향으로 경기회복을 가리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경제는 ‘V자형’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금융업종을 제외한 1017개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영업이익으로는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장기업이 2019년 249개에서 작년에는 255개로 늘어났을 정도로 어려운 기업은 영업실적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25.1%라고 했다.
‘K자형’ 경기 회복은 알파벳 ‘K자’처럼, 회복되는 사람은 빠르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여건이 악화되는 것이다. 이른바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현상이다.
상장기업이면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기업 가운데 4분의 1이 헛장사를 한 셈이다. 대표기업이 이랬을 정도라면,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자영업자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허덕이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벌써부터 예견되고 있었다. 경제계는 이구동성으로 각종 규제의 완화 등 정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V자형’이었다.
서민들도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내놓은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59만6000원으로 13.2%나 줄었다. 같은 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2018년의 36.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고 했다. 작년 1분기 3.3%, 2분기 18%, 3분기 10.7%에 이어 4분기에도 ‘마이너스’였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8% 늘어난 721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빈부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무색해지고 있었다.
‘K자형’ 경기는 처음 있는 현상도 아니다. ‘과거사’가 몇 차례 있었다.
30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와 10년 전 ‘금융위기’ 때에도 우리는 양극화가 더 심해졌던 경험이 있었다. 돈을 버는 사람은 더욱 ‘큰돈’을 벌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나락으로 추락했었다. ‘큰돈’ 번 사람은 ‘극소수’, 추락한 사람은 ‘불특정다수’였다.
‘V자형’ 회복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K자형’ 충격이 닥치면 서민들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참석한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경제 반등의 시간이 다가와 경제 회복이 앞당겨지고 봄이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우상향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회복해 희망의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라고 자찬하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