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간의 단축과 관련해선 항상 '노동생산성' 이슈가 함께 제기돼 왔다. 낮은 생산성 때문에 단축에 반대한다는소리부터, 단축에 따라 오히려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언급됐다. 국가적이고 거시적인 노동생산성 개념을 여기서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제조업 사무직'의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사실, 우리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세계적으로 정상권 수준이다. 현재 세계최고 수준인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등의 산업 생산성이 그렇다. 그런데도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자주회자하는 것은 '全산업 평균'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제조업의 낮은 생산성이 평균을 낮추고 있다.
이처럼 낭비를 줄이고,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은 마치 비용 절감을 고려할 때 우선 고정비(임차료, 보험료등)를 살피는 것과 유사하다. 말뚝처럼 박혀 있어 흐름에 방해를 주는 요소를 먼저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것이다. 여러 활동 중 우선순위를 잡아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그러니 매출과 연동되는 변동비(인건비, 재료비 등)는 통제 후순위가 되는 것이다.
또한 비효율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권위적인 조직 분위기, 습관적 야근, 상사의 눈치 등 조직 문화와 관련된 각성과 개선 노력 또한 병행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이슈들이 문제점으로 지목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문화는 구성원의 생각과 행동과 관련되는 만큼 단기간 안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라는 것이다. 이럴 때 리더가 해야 할 진짜 일은 무엇일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시간을 절약하고, 업무처리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과거'를 소재로 삼는 것이다. 잘 되더라도 결국엔 제한된 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물론 의미가 없거나 쓸데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 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마른 수건 쥐어짜기보다는, 흥건히 적셔 있는 새로운 수건이 필요하다.
최근 한 유통 기업과 컨설팅 관련 협의를 진행했었다. 임원 중 한 명과 새로운 사업 추진과 관련한 논의를 거듭했다. 과거 안면이 있던 그는 현재 회사가 기존의 사업에 안주하고 있으며, 혁신은 없고 위험성 낮은 개선만 있다고 사내 사정을 토로한 바 있다. 나는 그에게 품목을 좀 더 늘리고, 영업채널을 확대하는 기존 전략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브랜드 확보' 전략을 제안했다. 미래를 개척하는, 새로운 전략은 조직 문화에도 적잖이 긍정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실적을 달성해서 임기를 연장하려는 전문 경영인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직 그 회사는 과거를 살고 있었다.
시간은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그 시간이 줄어든다. 젊은 직원들은 워라밸을 외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 맞서는 리더는 어떤 시간대를 살아야 할지 자문해야 한다. 과거인가, 미래인가?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진영 작가(플랜비디자인 파트너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