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다.
한경연은 2016년∼2020년 주요 20개국(G20)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지수를 기초로 계측한 결과, 우리나라는 브렉시트 협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영국 다음으로 경제정책의 불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불안정성을 ‘지수’로 산출했더니, 우리나라는 43.7로 독일 33.8, 일본 33.7, 중국 28.9, 미국의 28.9보다 높았고 프랑스의 22.2에 비해서는 갑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 2006년에서 2020년까지 5년 단위로 경제정책 불안정성을 계측한 결과, 20개국 중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나라는 우리나라와 스페인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불안정성이 10% 높아질 경우 주가는 1.6%, 국내총생산(GDP)은 0.1%, 설비투자는 0.3%가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정책의 ‘불안정성’이라고 했지만, ‘불신’의 완곡한 표현이라고 할만 했다.
또 하나의 자료는 여론조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국민 1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2~3년 동안의 부동산값 급등 요인으로 ‘정부 정책 불신’을 꼽은 응답이 47.5%나 되었다.
투기심리 28.8%, 저금리 9.1% 순이었다.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응답은 8.7%로 나타났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무려 25번이나 내놓았지만 부동산값은 치솟기만 했다.
뒤늦게 공급억제에서 공급확대로 방향을 돌렸지만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을 놓고도 정부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책이 신뢰를 받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걸핏하면 바뀌고 있다.
그래서 ‘장수선무(長袖善舞) 다전선고(多錢善賈)’라고 했다. 옷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도 잘하는 법이라는 말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얘기다.
부강한 나라에서는 정책을 여러 번 바꿔도 그로 인해 실패하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약한 나라에서는 정책을 한번만 잘못 바꿔도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나라가 강하지 못한데도, 정책이 자주 헷갈리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