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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꽃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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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꽃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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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지난 주말은 지독한 황사로 인해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치 잿빛 블라인드를 친 것처럼 서울 하늘이 잔뜩 흐려 있어서 창문을 열면 늘 가까이 보이던 도봉산이 사라져 버린 것처럼 아예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간간히 비까지 뿌려대는 통에 아파트 주차장의 차들은 막 사막을 건너온 여행자의 차량처럼 먼지얼룩으로 한껏 더러워졌다. 이런 날은 외출을 하는 것보다는 집안에서 책이나 보는 게 상책이지만 날마다 이 와중에도 꽃들은 날마다 피어나서 나를 자꾸 밖으로 불러낸다. 시시각각으로 짙어오는 초록의 기운이 끊임없이 나를 숲으로 오라 손짓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연두와 초록의 수채화 물감을 뿌려놓은 듯 마냥 싱그럽기만 한 숲. 하지만 알고 보면 숲이야말로 최고의 공기정화기다. 숲을 이룬 나무들의 이파리는 미세먼지를 흡수, 흡착하고 나무줄기와 가지들은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숲 내부의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과 높은 습도는 미세먼지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준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하늘을 뒤덮었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물러간 뒤 서둘러 꽃 친구들과 가평의 한 계곡으로 야생화 탐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숲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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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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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깽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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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을 스치는 풍경들이 미세먼지로 답답하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손톱만 하던 잎들은 어느새 넉넉히 자라 있고 과수원엔 복사꽃,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연두와 초록이 버무려진 봄 산엔 산 벚꽃이 한창이다. 한참을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다가 차는 강을 버리고 계곡을 따라 산을 향해 달린다. 어느 곳에 눈길을 주어도 어여쁜 꽃이 눈에 들어오는 꽃의 계절인데 일부러 길을 떠난 것은 깽깽이풀 꽃을 보기 위함이었다.

깽깽이풀은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햇볕이 잘 드는 산중턱 아래의 골짜기에서 자라는데 4~5월에 홍자색 꽃이 핀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체 수가 급감하여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된 귀한 꽃 중의 하나다. 뿌리가 노랗고 잎 모양이 연잎을 많이 닮아 '황련(黃蓮)' 또는 '조황련(朝黃蓮)'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꽃은 어느 꽃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데 이름은 소박하다 못해 촌스럽기까지 하다. 먼저 꽃을 보고 온 사람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것이라서 행여 꽃을 못 보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을 했는데 끝물이나마 꽃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꽃을 보기위해서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때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꼬박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게 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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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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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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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꽃을 찾아 숲속을 걷다 보면 우리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맛본다. 자연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숲속에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깽깽이풀 외에도 참으로 많은 꽃들을 보았다. 특히나 꺵깽이풀을 찾아 계곡을 둘러보다 만난 얼레지 꽃밭은 환상적이라 할 만큼 일행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바람난 여인'이란 꽃말과는 달리 얼레지 꽃은 무리지어 천상의 화원을 펼쳐놓았다. 그 외에도 천마괭이눈, 들바람꽃, 진달래, 제비꽃, 구슬이끼, 돌단풍, 현호색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꽃들을 보며 우리는 연신 탄성을 질렀다.

'인간의 가장 높은 지성은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이다'라고 말한 이는 중국 현대 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미학자 주광첸이다. 그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삶을 알고자 한다면 주변의 수많은 사물을 느끼고 감상하라. 아름다움은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 때만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숲을 찾아 꽃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자연의 일부가 되는 일이자 스스로 신처럼 자유로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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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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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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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끼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