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가로등 밑에서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는 한 젊은이에게 질문했다. "무얼 그렇게 열심히 찾고 있는 거요?" 그러자 젊은이가 대답했다. "자동차 키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다시 질문했다. "그렇군. 어디서 자동차 키를 잃어버렸는데?"라고 질문하자 그 젊은이는 "자동차 키는 저 풀숲에서 잃어버렸는 데 그곳은 찾기가 힘들어 환한 가로등 불이 있는 이곳에서 찾고 있습니다"라는 우화다.
이런 사례는 얼마 전 치러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 제시에서도 마찬가지다.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권은 전체의석 300석의 절반을 훨씬 넘는 180여 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한마디로 야당의 참패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인 2021년 4월 7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는 반대로 야당이 완승했고 여당은 완패했다.
물론 극성팬들의 의견 때문에 그렇게 진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어떻든 원인 분석이 잘못되면 엉뚱한 해결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앞의 예처럼 자동차 키를 풀밭에서 잃어버린 후 환한 가로 등불 밑에서 찾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바닥까지 추락한 다음에야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정치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서도 일어나고 개인에게도 일어난다. 예를 들면 사장의 목소리가 너무 크면 구성원들은 비판 없이 사장의 말을 따르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선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앞날에 대해 사장이 더 많이 걱정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렇게 예스맨만 만들어 놓으면 어두운 면을 보지 않으려고 하므로 한 번의 실수가 영원한 실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찾으면 그건 해결책이 아니다. 이런 해결책은 자기는 그대로인 채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거나 움직이게 하려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
어떤 경우든 실패의 원인은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런 후 자신의 잘못을 먼저 솔직히 인정한 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어렵긴 하다. 왜냐하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가 잘못 살았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았다고 대부분 믿고 있는데 이것을 부정하기가 사실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패배의 정확한 원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정확한 해결책을 절대 찾을 수 없게 된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한번 추락하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긴 힘들다. 그래도 멈춰 서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 현상을 정확히 분석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후 대책을 수립하여 거듭나는 쪽이 다음 선거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어느 쪽이 이것을 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유지될 수도 있고 갈릴 수도 있다.
승자가 승리에 취해 오만해지거나 자신을 과대평가하면 패자가 된다. 반면에 패자도 자신의 패인을 정확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면 승자가 될 수 있다.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에서 이미 승패는 가려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덤불 숲에서 자동차 키를 잃어버리고 가로등 불 밑에서 찾는 결과가 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