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중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2.3% 올랐다. 연율 기준 2.3% 상승은 2017년 8월에 2.5%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한국은행의 억제 목표는 연율 2.0%이다. 4월 물가는 그 억제 목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3.4% 상승했다. 휘발유가 13.9%, 경유가 15.2%, 그리고 자동차용 LPG가 9.8%씩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공업 제품 가격도 2.3% 올랐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이 악성 인플레로 이어질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인플레이션의 경제학적 정의는 일정기간 물가가 지속적이고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바꾸어 발하면 화폐가치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부자에게 돈을 옮겨가도록 만든다. 성실한 저축자로부터 채무자에게 부를 강제적으로 재분배하는 것이 인플레의 폐악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많은 나라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많이 풀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연례 주주총회 자리에서 “매우 큰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는 코카콜라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소비재 회사인 프록터앤갬블(P&G)도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곡물과 구리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은 수년 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식당들은 구인난에 직원 급여를 올려야 할 판국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6%나 상승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당분간 천문학적 수준의 돈풀기를 할 예정이다. 취임 직후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을 통과시킨 바이든 행정부는 1·2차 인프라 투자 계획에 약 4조 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셋을 모두 더하면 무려 6조 달러가 풀리는 것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 돈이 장기간에 걸쳐 돈이 나눠 집행되기 때문에 인플레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통화량을 대거 풀었다. 거기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또 통화량을 늘렸다. 최근에는 돈을 찍어 재정에 사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해 돈을 찍어내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과연 그럴까? 경제학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만고 불변의 진리가 몇 개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론은 고전학파의 화폐수량설이다. 화폐수량설에서 강조하는 인플레이션의 요인은 화폐 공급 곧 통화의 공급량이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수시로 변하는 단기에는 물가와 통화량의 일대일 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긴 기간에 걸쳐서는 반드시 함수 관계가 성립한다. 석학 밀턴 프리드먼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1912년 태어나 2006년 까지 살면서 경제학을 연구해온 석학이다. 1976년 소비분석, 통화의 이론과 역사 그리고 안정화 정책의 복잡성에 관한 논증 등의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밀턴 프리드먼은 유대인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저명한 경제학자로 성장한 20세기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기도 하다. 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 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재닛 옐런은 "인플레가 오더라도 얼마던지 대응 수단이 있다”고 역설한다. 그 대응 수단이라는 것이 바로 테이퍼링 긴축과 금리 인상이다. 미국 뉴욕증시 월가에서는 빠르면 6월부터 곡소리가 날 것으로 보고있다.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긴축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재닛 옐런의 금링니상ㅊ 발언이 나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급반등 중인 미 경제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미국 경제 수장의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에 뉴욕증시가 출렁였다. 옐런 장관은 애틀랜틱 주최로 열린 '미래경제서밋' 행사에서 방영된 사전 녹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여러 차례의 재정부양 패키지를 집행한 데 더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물적·인적 인프라 투자 계획까지 시행되면 어마어마한 돈이 시장에 풀린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옐런 장관은 "추가 지출이 미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매우 완만한 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기도 한 옐런 장관의 이런 언급은 미 경제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옐런 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행정부가 금리 정책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옐런 장관의 인터뷰가 보도된 이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무려 261.61포인트(1.88%) 급락한 13,633.50에 마감했다. 초대형 블루칩(대형 우량주)들로 구성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가 0.06% 오른 것과 달리 나스닥에는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성장주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이날 애플은 3.5%,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1.6%, 페이스북은 1.3% 각각 하락했다. 옐런 장관은 오후 WSJ 주최 'CEO 협의회 서밋' 행사에서 "금리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자신이 통화 정책에 관여한 것처럼 비친 데 대해 "나는 연준의 독립성을 제대로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연준이 대응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플레 폭풍속에 금리인상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