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가 말한 역사의 변곡점을 현대 과학에서는 패러다임의 변천으로 해석한다. 미국의 과학 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머스 쿤(Thomas Kuhn)은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 패러다임의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파라데이그마(paradeigma)'에서 유래한 것이다. 굳이 해석한다면 으뜸꼴 또는 표준꼴로 이해할수 있다. 토멋흐 쿤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를 '패러다임'으로 정의하였다. 시대 별로 통용되는 모범적인 틀을 패러다임으로 보았다.
경제사회시스템에도 변화가 오고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보다는 종업원·협력사·고객 등까지 관련 당사자를 모두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민간 경제활동 위축을 만회하기 위한 재정 역할에 대해 사회적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재정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재정의 역할에 대한 합의도출이 되지않아 주로 중앙은행 양적완화정책위주의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대응하였으나 코로나 상황에서는 전세계가 재정 팽창 정책을 펴고 있다. 한번 늘어난 재정규모와 국가부채는 두고두고 경제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급속한 재정팽창에 소요되는 자금을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고 중앙은행은 양적완화정책(QE)의 일환으로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함에 따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연계성이 크게 증가했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역 이동제한 등으로 조달-생산-물류 모든 단계의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경제위축이 급속하게 발생함에 따라 재정 역할증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된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경제회복기금을 설립하는 등 정치적 합의 도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정동맹을 향한 첫 걸음을 이미 시작했다.
지배구조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보다는 종업원·협력사·고객 등까지 관련 당사자를 모두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부각되고 있다. 배당 이나 임원보수를 늘리기보다는 종업원의 해고를 피하고 거래처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기업지배구조연대는 사회적 책임 공유가 오히려 회사의 장기적 재무건전성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단축근무제도(short time work scheme) 도입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고 대신 정부가 급여의 차액을 지급하는 방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은 유로지역 회원국에게 단축근무제도 확대·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급속한 재정팽창에 소요되는 자금을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고 중앙은행은 양적완화정책(QE)의 일환으로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함에 따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연계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GDP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200%를 초과한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늘어난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함에 따라 중앙은행 자산규모가 GDP대비 약 120% 수준까지 증가한 상태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국채매입으로 창출하는 이익(seigniorage)을 주기적으로 연준으로부터 이관 받았다. 부채조달비용 최소화 관점에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을 선호할 유인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이동성 개선을 위한 경제정책의 재정비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의 새로운 원천으로서 신 성장동력 발굴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은 물리적 접촉(physical presence)이 필요한 직업과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업으로 새롭게 분류되는 등 기존과는 또 다른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경제적 불평등(inequality)을 완화하고 계층간 이동성(mobility)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세형평성 제고,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중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고숙련-저숙련 노동자간 격차, 산업별 승자독식 현상의 전염효과 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코로나 사태와 같은 질병문제에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계층간 이동성(social mobility)을 유도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코로나가 경제 패러다임에 새로운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그 변화의 물결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