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 2018년 5월,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3억8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190억 원을 투자해서 엔진헤드 제조설비 등을 증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 공장은 2005년부터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는데, 2700명의 근로자와 500명의 파트타임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앨라배마 최대의 제조업 기지라고 했다.
이 증설에 따른 추가 고용창출은 ‘약 50명’이라고 보도되었다. 아주 ‘조금’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은 “중요한 투자를 결정한 것을 매우 영예롭게 생각한다”고 환영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소식이 보도된 그날,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압박하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 민주화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경제 민주화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다. ▲국세청은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대한 정밀 검증을 벌이기로 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대기업들과 ‘상생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기술 탈취와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고질적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이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2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른 파업이었다. 이런 가운데 있었던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증설 소식이었다.
그런데, 현대차가 그 19배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74억 달러, 우리 돈으로 8조1417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차 정책과 수소 생태계 확산 등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발표다.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하면, 이에 따른 ‘고용 창출’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자동차 일자리’가 또 그만큼 빠져나가는 것이다.
11년 전 기아자동차(기아)가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세웠던 당시, 현지에서는 ‘대환영’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반기고 있었다. “기아차를 우리 마을에 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푯말까지 세웠을 정도였다. 현지 언론은 “기아차 조지아공장 덕분에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특집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기아차가 멕시코에 공장을 세웠을 때는 멕시코 정부가 나서서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전용 전력선과 철도를 깔아줬다. 법인세도 깎아줬다. 멕시코는 ‘정규직 일자리’ 1만5000개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반도체 일자리’가 ‘왕창’ 빠져나가게 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무려 170억 달러, 20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일자리’도 다르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투자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여기에 ‘자동차 일자리’다.
우리 대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미국 사람 일자리만 늘려줄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 기업의 투자를 대놓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일자리는 ‘정비례’해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기업 옥죄기’는 3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있다면, ‘중대재해’를 저지른 기업의 총수에게 쇠고랑을 채울 정도로 되레 강화되고 있을 뿐이다. 일자리를 잡아두기는커녕 밖으로 밀어낼 판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