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부터 말엽까지 쓰이던 상평통보의 준말이 ‘평’이었는데, ‘평’은 곧 돈을 의미했다. 개평은 도박판에서 나온 말로, 딴 돈 중에서 낱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낱 개(個)’를 써서 ‘개평’이라고 했다.”
인터넷 사전은 “노름판에서 남이 딴 것을 거저 얻거나 또는 딴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얼마간 나눠주는 돈을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로 한몫 챙긴 투자자가 손해를 본 투자자 가운데 몇 명가량을 골라서 손해의 일부를 보태주는 ‘개평’이라고 했다. 구제해준다는 의미로 이를 ‘구제’라고 하고 있다고 한다. “선착순 ○명 ○○씩 구제한다. 댓글 올려라”는 식이다.
그 중에는 ‘미끼’로 개평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평을 조금 줄 테니, 포기하지 말고 다시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라는 ‘낚시질’이다. 그래야 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크다고 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댓글 때문에 가격이 널뛰기를 할 정도다. 댓글은 달랑 “인디드(Indeed·정말이다)”라는 단어 하나뿐이었다.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1만 달러 이상인 가상화폐 거래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일부 지역에서 아예 ‘채굴’까지 단속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그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가상화폐 사업자의 금융당국 인가·등록 의무화,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 금지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가상화폐 문제가 논의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개평’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는 자체가 가상화폐는 ‘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노름판 용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른바 ‘영끌’ 투자만큼은 신중해야 좋다. ‘상투’를 잡아 돈을 모두 날리고 개평을 받는 신세가 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할 수 없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