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부산과 대구, 창원, 경주, 의령, 진주 등이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호남권에서는 광주와 전북, 여수가 나서고 있다. 중부권에서는 대전, 세종, 충주, 청주 등등이다.
예를 들어, 수원은 삼성 본사와 이 회장 묘소다. 용인은 호암미술관과 반도체공장이다. 평택도 반도체공장이다. 의령은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의 생가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진주는 이 창업주가 다녔던 초등학교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여수의 경우는 이 회장이 생전에 ‘하트’ 모양의 섬을 샀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건희 미술관 여수유치위원회’를 발족했다는 보도다. 전북의 경우는 삼성그룹과 별다른 인연은 없지만 ‘새만금’의 자원과 잠재력을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광활한 면적에 교통 인프라를 갖춘 새만금이 최적지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치열한 유치전을 접하는 국민은 다소 헷갈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반(反)삼성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유치전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망해야 국민이 산다”는 식의 ‘반삼성 정서’가 넘쳤던 대한민국에서 “이건희 미술관만큼은 우리 마을”이라는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높은 사람’들도 ‘반삼성’이어서 더욱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취임 전 ‘재벌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30대 재벌 자산 중 삼성의 비중이 5분의 1, 4대 재벌 비중이 2분의 1”이라고 강조했었다.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지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우세한 것과 관련, 페이스북에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삼성 정서’를 고려하면 있기가 쉽지 않을 일은 더 있다. 지난해의 이른바 ‘동학삼전운동’이다. 삼성전자가 미우면 그 주식도 싫어야 할 텐데, ‘동학개미’들은 오히려 삼성전자 주식을 엄청나게 사들인 것이다.
‘동학개미’들은 그러면서 ‘팔만전자’를 외치고 ‘십만전자’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가 올해 3월말 현재 386만7960명으로 1년 사이에 무려 183.3%, 250만2988명이나 늘어났다는 통계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거의 대부분인 93.6%의 기업이 ‘반기업정서가 존재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42.2%는 반기업정서가 과거보다 ‘심화되었다’고 응답했고, 34.3%는 ‘비슷하다’고 밝히고 있었다. 76.5%의 기업이 반기업정서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반기업정서가 심화되었다는 응답이 71.4%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이렇게 간단치 않은 반기업정서를 감당하며 밖에서는 세계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불리한 경쟁이 아닐 수 없다. 반기업정서가 완화되면 이 같은 ‘악전고투(惡戰苦鬪)’에 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