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홍 부총리가 강조한 ‘V자형’ 회복은 경기가 급격하게 곤두박질쳤다가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다. 뚝 떨어졌다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그 모양이 알파벳 ‘V자’를 닮아서 ‘V자형’이다.
홍 부총리는 신년사에서 올해 성장률을 ‘3.2%’라고 했다가 ‘3% 중후반대’로 바꾸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4% 이상’의 성장률을 언급하고 있었다. 작년 ‘마이너스 성장’을 고려하면 가파른 ‘V자형’ 성장률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수출도 ‘V자형’이다. 관세청이 집계한 이달 들어 20일까지의 수출은 311억15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5%나 늘었다고 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증가율은 59.1%나 되었다. 역시 ‘두 자릿수’의 가파른 ‘V자형’ 수출이다.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1분기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44조3983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1.73%나 늘어나고 있었다. ‘세 자릿수’의 높은 ‘V자형’ 영업이익 증가율이었다.
그러나 ‘껄끄러운 V자형’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13.1%나 올랐다고 했다. 지난 1월 10% 이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오름세다. 그 중에서 농산물 물가는 17.9% 뛰었다. 사과 51.5%, 고춧가루 35.3%, 쌀 13.2% 등이었다. 파값은 ‘세 자릿수’인 270%나 올랐다. 휘발유값도 13.9%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게다가 물가는 더 오를 전망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 뉴딜 점검회의 겸 제12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향후 원자재가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내구재 등의 소비자가격에 일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 물가는 더욱 뜀박질할 수밖에 없다.
‘V자형’은 더 있다. 아파트값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분석한 서울 아파트값이 이번 달 셋째 주에 0.1%의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했다. 수도권 신도시 추가 공급 계획이 담긴 ‘2·4대책’ 발표 이후 상승폭이 둔화되었던 아파트값이 ‘4·7 재·보궐선거’ 전후로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주일에 0.1% 올랐다면, ‘단순계산’으로 연간으로는 5.2%에 달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V자형’ 반등이라고 보도되었다.
‘V자형’이 아니라 여전히 ‘K자형’인 것도 있다. ‘K자형’은 알파벳 ‘K자’처럼 회복되는 사람은 빠르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여건이 악화되는 것이다. 서민 소득이 그랬다.
통계청의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91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9% 늘어났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을 많이 해서 소득을 늘린 게 아니었다. ‘근로소득’은 17만1000원으로 오히려 3.2%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줄었는데도 전체 소득이 늘어난 것은 재난지원금 덕분이었다. 재정을 풀어서 늘린 것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V자형’ 경기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