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화당국인 인민은행은 특별공고를 통해 중국에 있는 모든 은행 등 금융 기관의 외화 지준율을 현행 5%에서 7%로 전격 2%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새로 인상된 지준율은 6월 15일부터 적용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외화 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희귀한 정책 수단을 꺼내 든 것은 무려 14년 만이다. 중국 위안화의 환율 하락 즉 통화가치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와 비교할 때 위안화 환율은 올 4월 이후에만 3% 이상 평가 절상됐다. 작년 5월 이후 최근 1년 동안 절상률은 무려 11%를 넘어선다. 최근 홍콩 역외 금융 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 환율은 한때 6.3477위안까지 떨어져 2018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위안화 강세를 맞아보겠다는 것이다.
뉴욕증시에 따르면 중국 금융 기관에 예치된 외화 예금은 약 1조 달러 수준이다. 그 예금에 대해 지준율이 2%포인트 높아지면 200억 달러의 자금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 회수된다. 위안화 환율의 급속한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카드이다
요즘 세계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부양책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회복 추세가지 겹치면서 위안화 강세가 이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개입하여 이 흐름을 차단한 것은 그만큼 위안화 환율 안정에 중국이 노심초사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인민은행이 외화 지준율 인상 카드를 거의 꺼내지 않았다. 또 인상폭도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뉴욕증시에서는 중국이 급속한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정책 신호를 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트코인에 등 가상화폐 척결과 중앙은행 디지탈 화폐 도입에 이어 주목할 중국인민은행의 행보이다.
인민은행은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e-CNY) 도입을 추진 중인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공개 시험 범위를 전국 단위로 넓혔다.중국 인민은행은 후난성의 중심 도시 창사(長沙)시에서 주민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고 사용하게 하는 공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실험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사용처가 특정 시험 도시로 제한되지 않고 중국 전역의 디지털 위안화 결제 가능 장소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이 지정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지역은 창사 외에도 광둥성 선전(深圳), 장쑤성 쑤저우(蘇州), 허베이성 슝안(雄安)신구, 쓰촨성 청두(成都), 상하이(上海)직할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산둥성 칭다오(靑島), 랴오닝성 다롄(大連) 등 10개 지역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개최지다. 중국에서는 이들 10개 지역과 올림픽 개최지라는 뜻에서 '10+1'이라고 부른다. 사용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것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결제망 운영 안정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정식 도입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CBDC)를 정식으로 발행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자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선전의 계기로 활용할 전망이다. 중국이 디지털 화폐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한편 민간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양사가 장악한 금융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재편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등 가상화폐의 준동을 막는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