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때문에 너무 속상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지시하는 일만 하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법이 없습니다. 제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인데 언제나 제 지시만 기다리는 직원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타트업 CEO와 후배 팀장,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스스로 뛰어난 인재, '고성과자'였다는 점이다. 이들처럼 고성과자였던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신과 같은 수준의 역량을 발휘할 것을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니 '왜 일을 저렇게 밖에 못하지?', '정말 수준이 떨어지는군, 내가 한 수 가르쳐 줘야겠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게 된다.
세상이 변했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과거의 성공방식이 현재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유능한 리더 한 명이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리더 혼자만 잘해서는 탁월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대다. 누구나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선배의 지식과 정보가 팀원들의 그것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구성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연결하여 집단지성을 발현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리더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다. 회의방식을 바꿔보기도 하고 직급과 호칭을 없애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만으로는 어렵다고 한다. "껍데기만 바뀌면 달라지나요? 알맹이는 그대로인데." 어느 조직문화 담당 팀장의 말이다. 그렇다면 조직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알맹이'는 무엇일까?
집단지성 발현을 위해 리더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은 바로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말을 해도 무시당하거나 비난받지 않고 존중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다. 반대로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때는 입을 닫는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유다. 그리고 존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존중에 대한 해석이다. 존중은 존경과 다르다. 존중은 상대가 무엇을 뛰어나게 잘했거나 월등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존중이란,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을 말한다. 리더가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어준다고 느꼈을 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비록 현재의 성과가 나쁘더라도 무시하지 않고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이것이 존중이다.
조직에서는 자신의 업무를 잘 해내면 그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한다. 그리고 리더가 된다. 하지만 리더가 되어서도 끝내주게 실무를 잘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 아니다. 리더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팀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집단지성을 통해 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지금 리더 자리에 있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우리 팀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되고 있는가? 나는 팀원들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
여재호 소통과 리더십 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