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 칼럼] 중국 산아제한 폐지와 세계 식량가격

글로벌이코노믹

오피니언

공유
1

[G 칼럼] 중국 산아제한 폐지와 세계 식량가격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픽사베이
작년 11월,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올해보다 더욱 심한 최악의 식량 위기가 2021년 닥쳐올 것”이라고 밝혔다. 비즐리 총장은 AP통신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수십억 달러의 기부금이 없으면, 2021년에는 성경에 묘사된 것 같은 인류 종말의 기근 상황이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타격으로 ‘부자 나라’ 미국에서도 식료품 도둑질이 성행하고 있었다. 작년 12월 워싱턴포스트(WP)는 “살기 위해 훔친다”는 제목으로 ‘미국판 장발장’을 다룬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살인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노동자 월급으로 닭 2마리밖에 살 수 없다는 한탄이 나오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월 4만 볼리바르에서 15만 볼리바르로 인상했지만 슈퍼마켓의 생닭 한 마리 가격이 8만 볼리바르나 된다는 것이다.

비즐리 총장의 경고가 실현되려는지,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1년 내내 치솟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전달보다 4.8% 상승한 127.1포인트를 나타냈다. 1년 전인 작년 5월의 91포인트에 비해서는 무려 39.7%나 높아진 것이다.
물론 소득도 여기에 비례해서 증가하면 문제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소득이 40%씩 늘어날 재간은 아마도 드물다.

되레, 코로나19 탓으로 빈부격차는 심해졌다. 미국 조사연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작년에 중산층에서 탈락한 세계 인구가 1억5000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하루 수입 2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은 1억3100만 명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른바 ‘K자형’ 양극화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산아제한’까지 사실상 폐지하고 있다. 한 부부가 자녀를 3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다. 중국은 1978년 이후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다가 2016년 ‘2자녀 정책’으로 완화했는데, 이를 더욱 완화한 것이다. ‘가족계획정책 개선과 장기적인 인구 균형발전에 관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인구는 작년 11월 현재 14억1178만 명에 이른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출산 기피현상을 고려하더라도 산아제한을 폐지하면 중국 인구는 ‘저속도’로라도 늘어날 것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중국의 농사가 만약 삐끗할 경우 세계 식량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사람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세계 식료품 물가가 급등한 사례는 적지 않다. 몇 해 전에는, 전통적으로 육류를 선호하던 중국 사람들이 ‘고급 해산물’을 찾으면서 세계 해산물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그 바람에 ‘피시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어업인 ‘fishery’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다.

중국 소비자들이 ‘와인’을 좀 많이 마시면서 세계 와인가격이 치솟는 ‘와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포도주인 ‘wine’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였다. 중국 사람들의 ‘버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럽에서 ‘버터 품귀현상’이 빚어진 적도 있었다.

‘오일 쇼크’처럼, 곡물인 ‘그레인(grain) 쇼크’라는 표현이 나온 지는 오래다.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도 벌써 생겼다. 알다시피 농업인 ‘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다. 중국의 인구가 ‘느린 속도‘로 늘어난다고 해도 또 다른 쇼크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라도 있을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