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행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청와대는 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2차 추경 규모와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에서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박완주 정책위의장, 행정부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그리고 청와대에서 이호승 대통령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추경을 향한 버스는 이미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예산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벌써 8차례의 추경이 편성되었다. 이번에 또 추경이 편성되면 아홉 번째가 된다. 연 평균 2.4회의 편성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의 헌법을 마련한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정부 중에서 문재인 정부가 단연 1등이다. 1948년 정부 수립때로부터 보면 윤보선 장면 정부가 평균 4.5회로 1위이다. 그 다음이 문재인 정부다. 보수 정당보다 진보 세력이 집권했을 때 추경이 훨씬 많다.
문재인 정부가 추경을 이처럼 많이 한 것은 코로나 라는 돌발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부득이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를 감안해도 연 평균 2.4회의 추경은 너무 잦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추경은 한국전쟁을 치렀던 이승만 박사 때보다 더 많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자주 추경을 편성했다.
추경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일단 선의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데에 있다. 추경예산은 하늘에서 그저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지금 우리 재정은적저상태이다. 빚을 내 적자를 메꾸고 있는 상황에서 또 추경을 하게 되면 빚이 늘어난다. 최근 세수가 늘어 추경 재원이 생겼다고 하지만 우리 재정수지는 연간으로 엄청난 적자이다. 최근들어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은 후세에 엄청난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인플레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추경을 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지난해 까지만해도 우리 거시경제가 디플레 기조였던 만큼 확장재정을 통한 경기진작이 그런대로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가가 오르고 있어 오히려 긴축으로 해야할 상황이다. 적어도 거시 정책적 기조에서 보면 지금의 추경은 생뚱 맞다. 선기능보다 부작용이 훨씬 클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크라우딩 아웃의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크라우딩 아웃이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릴 때 국채 발행 등이 부메랑이 되어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자금을 흡수함으로써 시중의 자금사정을 핍박하게 만들러 나아가 경기를 오히려 죽이는 현상을 말한다. 긴축 적 분위기에서는 크라우딩 아웃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크라우딩 아웃 효과란 정부의 재정적자 또는 확대 재정정책으로 이자율이 상승하여 민간소비와 투자활동을 위축하는 효과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탈출하기 위해 영국의 경제학자 존 M.케인스(John M.Keynes)가 주창한 재정정책은 이후 통화정책과 함께 경기조절정책으로 활용되었다.
추경의 경제성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부의 이전 지출 재정 승수는 0.2~0.33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전 지출 형태로 1조원 가량의 재정을 투입하면 GDP는 2,000억~3,300억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뜻이다. 정부 소비의 재정승수는 0.85~0.91, 정부 투자의 재정승수는 0.64~0.86로 나타난다. 추경을 해 재난 지원금을 주는 것보다는 아예 그 돈으로 정부가 직접 소비하거나 사업을 벌이는 것이 GDP 확대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