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장관은 최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처럼 산업계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경제단체 외에도 반도체, 자동차 등 업계와 꾸준히 소통해 책상이 아닌 현장으로부터 나오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장관은 지난달 27일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을 만났을 때는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날카로움이 단단한 쇠라도 끊을 수 있다’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을 인용하기도 했다. “산업부와 무협이 긴밀히 소통하고 합심하면, 올 한해 역대 최고 수출실적 달성 등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경련’과 만났다는 보도는 들리지 않았다. ‘이청득심’의 소통을 강조했지만 전경련만큼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 듯했다. 이를테면 ‘전경련 패스’였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3일 5개 경제단체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이 자리에 ‘전경련’이 참석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48회 상공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대한상의를 통해 수집되는 기업들의 의견을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정례적으로 협의해서 함께 해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었다. 전경련과 협의하겠다는 보도는 없었다.
경제단체들이 지난 4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할 때도 ‘전경련’은 없었다. 대한상의와 경총, 기업중앙회, 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단체가 건의하고 있었다. 전경련이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하지 않았을 까닭은 없겠지만, 전경련은 제외되고 있었다.
전경련은 벌써부터 ‘왕따’였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며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진정한 단체’라고 했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한상의가 경제계의 맏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랬던 전경련 ‘미운털’은 장관이 바뀌고도 변함없이 문 장관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전경련은 아마도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외면당할 것이다.
전경련은 과거 정권에서는 일자리 창출의 ‘총대’를 메기도 했었다. 2010년 3월,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8년 동안 새 일자리 300만 개를 창출, 인적자원 활용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키우겠다던 위원회였다. ‘전경련 패스’가 아니었다면, 전경련도 어쩌면 청년 실업 해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