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새로운 것이 보고 싶어서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을 가끔 쓰지만, 이 말은 때로 대단히 진지하게 써야 할 때가 있다. '고인 물'이 권력화되면서 불가피한 피해를 낳게 되는 경우다.
앞서 공군 여군 부사관이 상관의 지속적인 성추행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 이후 군 내에서는 여군에 대한 성범죄 사례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성범죄'와 '직장 내 괴롭힘'을 동일선상에 놓느냐에 이견이 생길 수 있지만 '인격적 살인'이라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 한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했던 IT업계가 가장 수직적인 조직인 군대의 문화를 그대로 답습할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고인 물'은 썩는다. 썩은 물은 조직 전체를 썩게 만든다. 그렇다면 '고인 물'을 흘려보내고 물이 순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 군대와 '판교'는 비슷한 시험에 봉착했다. 그들이 어떻게 고인 물을 걷어내고 물길을 열지 지켜봐야겠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