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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기업에게 요구되는 정무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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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기업에게 요구되는 정무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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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주 플랜비디자인 파트너위원
'정무적 판단','정무 감각'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정무(政務)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나 국가 행정에 대한 사무'를 뜻한다. 여기에 일종의 판단이나 감각이란 말이 더해져 정치적인 결단이나 본인의 재량권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때 흔히들 정무적 판단이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결정을 잘하는 역량의 의미로 정무 감각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실제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경제적 분석과 같은 타당성 이외에도 형평성, 사회적 약자 보호, 지역 발전 등과 같은 가치판단을 더해 결정하는 것처럼 정무적 판단은 국민의 뜻을 고려하고 사회구성원의 여러 목소리를 듣는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당리당략이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결단 또는 정치인들의 책임회피용 명분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정무적 판단이다. ​
이처럼 정치인들에게나 어울릴법한 용어 같지만, 기업 경영활동에서도 이러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의사결정 상황들이 적지 않다. 기업도 상시 국민 정서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

정무적 판단을 기업의 용어로 바꾸면 경영에 대한 현실감각 또는 전략적 의사결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하거나 조정한다는 측면에서는 위기관리나 갈등관리를 위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회사의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면 해서는 안 될 결정이지만 이를 단행함으로써 회사 이미지 제고를 이룰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가령 선제적 리콜, 하청업체 과실에 대한 도의적 책임, 협력회사의 수수료 인하, 지역사회의 후원이나 기부, 적자가 나더라도 스포츠 구단 운영 등의 결정들이 정무적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에 해당할 것이다. 이제는 기업의 제품 광고조차도 그 표현방식이 국민들의 반감이나 분노를 발생시키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하며,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생경영, 동반성장, 친환경 경영 등과 같은 사회적 책임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해 불매운동 같은 거센 역풍을 맞았던 기업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결과적으로 기업 의사결정도 회사가 정한 목표를 이상 없이 달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를 국민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며, 여론에 따라 회사에 유리한 위치와 방향을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기업의 리더들에게도 필요한 역량이다. 하지만 기업의 정무적 판단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가져야 하며 리더의 독단적인 재량권으로만 행사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 본다.

첫째, 철저하게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정책결정권자가 공익과 국민을 위해 결정하는 것처럼 기업의 리더들은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며, 의사결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기대효과가 과연 고객에게도 가치 있는 일인지를 결정의 원칙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진정성 있는 결정과 이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과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진정성이다. 기업의 정무적 판단도 진정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때때로 기업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 없는 사과, 면피용 대책을 쏟아 놓는데 만 급급할 때가 많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만 강조하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 있는 이행이 필요하다. 대응 하나하나가 현 상황에서 적절한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 셋째,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고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무 감각은 기본적으로 여러 목소리를 듣는 데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독단적으로 판단을 하거나 몇몇 힘 있는 사람들 간의 타협으로만 결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위원회의 심의나 공청회 등 공식적인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순간 정무 감각이 발휘되는 리더의 결정을 응원해 본다.


이흥주 플랜비디자인 파트너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