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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기업공개 많은 그룹은 SK 삼성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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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기업공개 많은 그룹은 SK 삼성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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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1980년대 초,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한 경제단체에서 강연을 한 적 있었다. 정 명예회장은 강연 도중 주제와 관계없는 말을 꺼냈다. “앞으로 증권시장의 여건을 감안해가며 현대그룹 계열회사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그러면서도 현대건설의 공개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계열회사를 모두 공개해도, 그룹의 모기업(母企業)인 현대건설만은 공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정치권 등으로부터 현대건설의 기업공개 압박을 받고 있었다. 기업을 공개해서 경영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압박이었다.

그런데도 정 명예회장은 버티고 있었다. 현대건설에 대한 애착이 각별했다.

나중에 현대건설은 공개를 하더라도 ‘부분 공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현대건설의 일부만 공개한 뒤, 나머지는 ‘구주(舊株) 매출’을 통해 주식을 증시에 상장시키겠다는 얘기였다.

기업이 튼튼하기 때문에 ‘신주(新株) 공모’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현대건설의 기업공개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었다.

정부는 당시 기업의 공개를 강요하고 있었다. ‘기업공개촉진법’이다, ‘기업공개 보완시책’이다 하면서 공개를 ‘명령’한 것이다. 정부가 공개 대상 기업을 직접 심사, 선정해서 공개를 명령했을 정도다.

기업공개가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그 주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가들로 구성된 ‘증권인수단’이라는 것을 만들기도 했다. 기업 공개물량의 소화까지 정부가 떠넘긴 셈이었다. 그 덕분에 1975∼76년에는 100여 개에 달하는 기업의 공개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 주도의 기업 공개정책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되풀이되기도 했다. 벤처기업 지원책의 하나였다.

이랬던 기업공개가 크게 달라졌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SK그룹은 상장 계열회사 숫자가 18개로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올 들어 기업을 공개한 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합치면 19개다.

그룹별 상장 계열회사 수는 ▲삼성 16개 ▲LG 13개 ▲현대자동차 12개 ▲롯데 10개 ▲효성 10개 ▲KT 10개 ▲CJ 8개 ▲현대백화점 8개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계열회사 가운데 상장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백화점과 셀트리온이 33.3%로 가장 높았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계열회사 24개 중 8개, 셀트리온은 9개 중 3개가 상장회사였다. 전체 계열회사 가운데 3분의 1이 기업을 공개한 것이다.

이 비중은 삼양 30.8%, 두산 28%, 삼성 27.1%, HMM 25%, 한라 23.1% 등의 순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계열회사가 가장 많은 SK는 상장회사 비중이 14.5%, LG는 20.3%, 현대차는 21.8%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에도 기업공개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는 보도다. 이른바 ‘대어’다. LG엔지솔류션,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한화종합화학, SD바이오센서, 롯데렌탈, 시몬트액세서리컬렉션, HK이노엔 등이다.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할 자금이 30조 원 규모로 작년의 10조907억 원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웬만한 기업이 공개하면 ‘조’를 넘어 ‘몇 조’, ‘몇 십조’의 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기업의 공개에는 무려 81조 원이 몰리기도 했다. ‘따상’, ‘따상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증권시장의 기능 가운데 ‘발행시장’이 ‘투기시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