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은 잭슨이라는 도시에 자리 잡고 있는 휴양지의 이름이다. 깊고 높은 산골 지역 한복판 움푹 꺼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구멍 같다고 하여 잭슨이라는 도시 이름에 홀이 더해져 잭슨홀로 불린다. 잭슨(Jackson)은 미국 서부 와이오밍 주에 있는 도시이다. 이 곳 잭슨홀에는 와이오밍 주 서북부 티턴 카운티의 청사가 자리하고 있다. 로키 산맥의 산간지대의 표고 1900m 의 높은 지점이다. 이 잭슨홀 휴양지는 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다. 로키 산맥의 협곡 사이에 따뜻하게 안겨 있는 산골 마을이다.
잭슨홀 미팅은 1978년부터 시작했다. 1982년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이 회의에서 중대 통화정책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특히 유명해졌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에 대한 서방의 공동대책이 나온곳도 바로 이 잭슨홀미팅이었다. 2010년에는 미국 연준의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사상 처음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보다 ‘잭슨홀 컨센서스’가 더 중요하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잭슨홀 미팅을 다보스 포럼과 비교하는 시각이 있으나 급이 다르다. 다보스가 민간 베이스라고 하면 잭슨홀은 중앙은행 총재들의 모임이다. 영향력면에서 잭슨홀 미팅이 다보스를 압도한다.
지금 세계는 또 한번의 테이퍼링 기로에 서있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단행한 양적완화를 언제 어떻게 끝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제롬파월 미국 연준의장이 테이퍼링에 관해 어떤 신호를 내느 냐가 관전 포인트이다. 뉴욕증시에서는 잭슨홀 미팅에서의 테이퍼링 신호에 목줄을 걸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 다우지수는 물론이고 코스피와 코스닥 그리고 원달러환율 국제유가 금값 비트코인등 가상화폐 시세도 테이퍼링의 눈치만 보고 있다. 최근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증시가 한동안 급락한 것도 잭슨홀에서 당초의 예정보다 더 빠른 테이퍼링 신호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에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하반기에 미국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유동성 공급 축소 일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폭스와의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경제성장 속도를 지연시킨다면 조기 테이퍼링에 대한 의견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플런 총재는 지난 4월 말 연준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테이퍼링 필요성을 제기한 인물이다. 이런 강성 매파가 속도 조절론을 들고나옴에 따라 연준의 테이퍼링 계획에 변화가 생길 지 관심을 모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동부시간 27일 오전 10시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회견을 통해 경기 전망을 발표한다. 현재로서는 이 자리에서 테이퍼링에 관한 직접적 구상을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상화에 대한 제롬파월의 인식과 연설의 논조는 9월 FOMC로 예정되어 있는 테이퍼링 개시 시점과 양적완화 축소 속도 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롬파월이 이번 미팅에서 결정적 신호를 낼 수도 있다. 전세계가 잭슨홀미팅을 주목하는 이유다
테이퍼링은 ‘점점 가늘어지다’ 라는 뜻이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유명한 말이 됐다.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금리인상을 예상해 자산을 매각하게 되고 신흥국에서 달러 자금이 빠져나가 일부 국가의 경우 외환부족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는 테이퍼링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뉴욕증시에서는 테이퍼링 이야기만 나와도 공포심리에 휩싸이게 된다. 잭슨홀미팅에서 테이퍼링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세계 증시가 한꺼번에 폭락하며 위기상황으로 치달은 적이 있다. 당시 테이퍼링에 대해 발작적으로 반응한 현상을 테이퍼 텐트럼, 즉 '긴축발작'이라고 한다. 또 한번의 테이퍼 텐트럼이 올 지 잭슨홀미팅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