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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어여쁜 것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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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어여쁜 것에 눈길이 간다

백승훈 시인이미지 확대보기
백승훈 시인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간송 전형필 가옥이 있다. 이 집엔 일제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전 재산을 쓰고 일생을 바쳤던 그의 체취가 남아 있다. 북한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에 자리하여 숲을 찾을 때마다 지나치는 곳이기도 하다.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난 간 뒤, 가벼운 산책을 할 요량으로 전형필 가옥까지 걸었다. 담장 너머로 붉은 배롱나무 꽃이 눈부신 초등학교를 지나고, 능소화가 운치 있게 피어있는 아파트 후문을 지났다. 2차선 자동차 도로를 건너 푸른 감들이 떨어져 있는 골목을 지나 그곳에 도착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입구의 철제 문은 여전히 잠겨 있었다.

이미 여러 번 둘러본 곳이라 서운할 리도 없는데 못내 아쉬운 마음에 쉽게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공연히 안을 기웃거렸다. 집을 호위하듯 서 있는 몇 그루의 노송과 집 앞의 느티나무가 옛집의 운치를 한껏 돋우는 듯하다. 한국미의 품격과 기준을 만든 선각자로 평가 받는 간송의 옛집을 해찰하다가 문득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끌리는 까닭이 궁금해졌다. 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여쁜 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곤 한다. 처음엔 크고 화려한 꽃에 눈길이 먼저 갔지만 지금은 꽃이라면 크기나 색, 모양에 상관없이 시선이 가고 걸음을 멈추게 된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꽃을 보면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셔터를 누르는 걸 보면 인간의 본성 속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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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기준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또는 환경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끊임없이 바뀌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관통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살아 있는 건강함’이 아닐까 싶다. 진화심리학에서는 건강의 척도로 균형과 조화로움, 안정적인 황금 비율 등에 대한 선호가 인간 본성에 깊이 각인돼 진화해 온 것으로 파악한다.

그런데 꽃을 세심히 관찰하다 보면 이러한 비례와 대칭, 황금 분할 그리고 수평과 균형 등의 아름다움이 자연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꽃들은 거의가 다 수평과 대칭이 기본이고, 거기에 안정과 조화까지 이루고 있다.

그중에도 해바라기는 자연에서 발견 가능한 황금비와 피보나치수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2세기 말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에 의해 제시된 피보나치수열은 앞의 두 수의 합이 바로 뒤의 수가 되는 수의 배열을 말한다. 피보나치수열은 계속 진행 될수록 이웃하는 두 수의 비율이 황금비(약 1.618)로 수렴한다. 황금비는 어떤 두 수의 합과 두 수 중 큰 수의 비율이 두 수의 비율과 같을 때 나타나는 값이다. 해바라기의 가운데 부분을 꽉 채우고 있는 수백 수천 개의 관상화는 꽃의 중심에서 시작해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의 나선형 패턴을 이룬다. 웬만한 크기의 해바라기 꽃에는 시계방향으로 55개, 반시계방향으로 34개의 나선형 패턴을 이루는 관상화가 배열된다. 각각의 관상화가 피는 방향도 황금각도인 137.5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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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무궁화 꽃 사이를 날며 꿀을 빠는 산제비나비 한 마리를 보았다. 산제비나비는 제비나비를 닮았으나 높은 산에서 발견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분주히 꽃 사이를 비행하며 꿀을 빠는 산제비나비의 애벌레는 황벽나무, 머귀나무, 초피나무 등에 서식하며 나비의 꿈을 키운다.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무늬와 자태를 자랑하는 산제비나비의 부산한 날갯짓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르며 살아 있는 것의 아름다움과 함께 촘촘하게 짜인 생명의 망을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의존적이며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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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