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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금융사 위에 군림말고 소통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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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금융사 위에 군림말고 소통 강화해야

금융회사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금융감독원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저승사자로 통한다. 그런 금감원이 조금은 변화할 듯한 조짐을 보인다. 금융사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금융사와 소통해 금융산업 발전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나아갈 기회다.

지난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1심은 금융감독원의 징계 사유 5가지 중 4가지가 근거없다며 손태승 회장을 징계하는 것은 위법하기 때문에 징계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금감원이 그동안 금융사를 대하면서 근거없이 과도한 요구를 해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아직 최종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손태승 회장의 승소가 확정될 것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1심을 뒤집을 만한 금감원의 근거가 부족한 탓이다. 손 회장은 이를 기점으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고객 피해 회복을 위해 대다수 고객 보상을 완료하는 등 신뢰회복 방안을 성실히 추진했으며 앞으로도 철저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1심은 패했지만 금감원에게 무조건 악재는 아니라고 본다. 이를 기회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를 제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삼기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이 지난 6일 취임사에서 임직원에게 당부한 이야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정 원장은 임직원들에게 "시장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소비자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각 분야 전문가 조언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면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는 점을 늘 새겨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백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s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