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가 국감에 출현해서 대장동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힌다고 한다. 진실이 밝혀질지 잘못이 드러날지 알 수 없지만, 10대 기능공에서 출발하여 고시에 합격하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만으로도 그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 그가 대장동 사건으로 인해 일생일대의 위기에 놓여있다. 그는 과연 이 사건을 잘 마무리하고 대권에 도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야당의 이번 국정조사 준비에 따라서 진실이 밝혀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그가 말하듯 최대의 치적을 홍보하는 장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여론조사에 의하면 특검을 하자는 주장이 73%라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특검 주장이 힘을 잃을 수도 있고,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결정적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꼬리 자르기도 가능할 것이다. 꼬리를 자르기 위해 대신 처벌을 받을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대신 처벌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그렇게 할 만큼의 충분한 대가를 이미 지불 했거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을 때 가능한 일이다. 물론 대가에는 금전적인 대가가 될 수도 있지만 그를 위해 희생해도 좋다는 믿음이 있을 때는 가능한 일이다.
꼬리 자르기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사람들을 이해시키려면 제갈량의 지혜가 필요하다. 제갈량은 사마의와의 전투에서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고 산등성이에 진을 친 마속의 대패로 결국 지고 말았다. 그런 그는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시인하고 황제에게 강등을 청했다. 물론 이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는 그렇게 자숙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 후에 마속의 목을 쳤다. 마속의 가족을 보살피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 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마속과 같은 사람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마속과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제갈량의 고사에서처럼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최소한 관리책임은 있기 때문이다.
큰일을 할 리더라면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없어야 한다. 내일 그 직을 내려놓아도 떳떳하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 항상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유리 상자 안에서 근무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양심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무대에 올라설 때 받는 박수보다 내려갈 때 받는 박수가 훨씬 더 값지고 빛난다. 무대를 내려갈 때 주는 감동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뿌듯하다. 리더는 늘 이런 감동을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아야 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