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한류가 유행하기 전 한국 전통 문화인 옻칠이 세계 2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에서 상류층을 강타했다. 한국에서 변방 예술로 취급받던 옻칠이 미국 뉴욕 버팔로대학과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옻칠 명장 김성수(통영옻칠미술관 관장)를 초청해 학문적으로 조명하며 K-아트 옻칠에 주목한 것이다.
옻칠과 나전의 고장 통영에서 태어난 김성수는 2000년의 예술 옻칠을 다시 살려내는 걸 사명감으로 받아들였다. 한국 전통 옻칠과 나전 칠기 공예의 제작기법과 장인정신을 토대로 한국 현대 옻칠회화라는 장르를 새롭게 창조했다. 옻칠에 나전을 융합해 기존 회화 장르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K-아트 옻칠을 탄생시킨 것이다.
김성수는 “옻칠에 나전을 융합하여 전통기법과 제작공정을 준수하면서 창작은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전통을 잇는 한국현대 옻칠회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창안한 옻칠회화는 처음에는 값싼 카슈 회화 취급을 받았다. 서양인들이 ‘래커 페인팅’이라고 부르며 한국 전통예술을 싸구려 취급하는 것에 울분이 치솟았다. 2002~2003년 뉴욕‧샌프란시스코‧LA에서 한국인 미국이민 100주년 기념 한국현대 옻회화 순회전을 열면서 ‘옻칠회화(Ottchil Painting)’라는 용어 사용을 고집해 영어사전에 등재하기도 했다.
옻칠 명장 김성수의 옻칠 인생 70주년을 결산하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회에 참석한 관람객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우물을 파고 전통을 현대화시키고 세계화한 그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전통에 너무 매달리면 고리타분하고, 현대를 강조하면 얼핏 세련되어 보이지만 금세 싫증을 느끼게 하는 것이 예술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어려운 게 이 때문이다.
디즈니와 영화제작 계약을 앞둔 황금소나무 전원창 대표는 “옻칠 명장 김성수의 예술세계는 과거이자 현재요, 그리고 미래”라면서 “그의 작품들은 K-콘텐츠 제작에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의 세련미를 맘껏 뽐낼 수 있도록 무한한 영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2000년 전통 예술 옻칠은 그에 의해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재를 털고 지난 2006년 고향 통영에 옻칠미술관을 설립, 지역 작가들을 대상으로 옻칠 전통예술을 전수하고 있다. 한류 붐을 타고 K-아트 옻칠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주류 예술로 부상하길 기대해본다.
노정용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