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빚어진 물류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인건비 인상 등의 비용등이 인플레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루전 나온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8.6% 올랐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전국자영업연맹에 따르면 10월 소상공인 53%가 가격을 인상했다. 임대료 상승까지 겹쳤다. 미국에서 임대료는 CPI 지수에 포함된다. 반도체 공급망 압박을 받는 중고차와 신차 가격은 여전히 높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휘발유, 난방 가스, 식료품, 가구 등 시민 일상과 밀접한 주요 품목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내용은 “인플레 추세를 뒤집는 것이 나에게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상승의 핵심 요인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물가하락을 위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또 연방거래위원회(FTC)에는 시장 조작이나 바가지요금에 대한 단속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서민생활안정을 위해 미국 의회가 사회복지 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현재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수그러들면서 가격 상승은 평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물가상승률은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2%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고 소비자 수요도 안정되면서 상품 가격과 임금의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됐던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정책 입안자들이 높은 물가 상승세를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리에 박혔기 때문”이라며 “지금 그런 일은 없으며 연준도 그와 같은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값만 빼면 미국의 인플레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재닛옐런의 진단에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문제는 치솟는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어떻게 잡느냐이다. 너무 걱장할 필요도 너무 낙관할 필요도 없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