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Q정전’이라는 소설부터 읽어보라는 말이 있다. 현대 중국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의 작품이다.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중국 사람들의 국민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1921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주간지 「신보부간」에 파인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됐다.
아큐는 맞으면서도 ‘정신 승리법’으로 극복해간다. 자신을 폭행한 깡패들은 사람이 아닌 벌레일 뿐이라며 벌레에게 쏘일 수도 있다며 자위하는 것이다. 그래도 억울하면 잠자리에서 자신의 뺨을 때렸다. 때리는 주제와 맞는 대상을 분리하여 마치 자신이 제 3자를 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카타르시스를 하곤 했다. 깡패와 맞서자니 더 맞을까 무섭고 그렇다고 그냥 참자니 분하고 원통해서 때리는 손을 자신으로 맞는 뺨을 깡패로 정신적 분리를 한 다음 나름의 한풀이를 하는 것이다. 모욕을 머리 속에서만 '정신적 승리'로 탈바꿈시켜 버리는 아Q의 자기합리화 이중성을 작가 노신은 중국인의 부끄러운 국민성이라고 꼬집었다.
요즘 중국에서는 ‘역사결의’가 화제이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즉 6중 전회를 열어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결의'를 내놨다. 이른바 역사결의이다. 건국 이후 3번째로 나온 이번 역사결의의 핵심은 역사적 흐름 속에 시진핑 리더십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1945년에 나온 첫 번째 역사결의가 마오쩌둥의 건국통치를, 1981년에 나온 두 번째 역사결의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의 역사적 타당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한다면 2021년의 역사결의는 시진핑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동부유란 말 그대로 ‘같이 잘 살자’는 것이다. 부의 공평한 분배이다. 공동부유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21년 8월17일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는 사회주의 본질적인 요구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갈파했다. 그 날 이후 공동부유는 중국의 이데올로기가 됐다. 시진핑이 말하는 공동부유란 민간기업과 고소득층의 부를 당이 ‘조절’하고 ‘자발적’ 기부를 통해 인민과 나누자는 것이다. 소수에게 부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고 부유층과 대기업이 공산당 질서 아래 재집결하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다. 덩샤오핑 이후 익숙해왔던 선부론(先富論) 중심의 성장정책을 성장과 분배를 함께 아우르는 공동부유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교육·부동산·온라인게임·연예계 등 전 분야에 걸친 규제 대책은 바로 시진핑 공동부유 정책의 시발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유토피아일 것이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성장과 분배는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기보다는 서로 대척하는 속성이 적지 않다. 분배와 성장을 함께 이루겠다는 시진핑의 공동부유 사상에서 아Q정전’에서 나타났던 중국식 이중성의 그림자가 비친다. 사회주의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자본주의의 열매를 가지겠다는 공동부유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 편으로는 공동부유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항세력 감금을 일삼는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