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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펑솨이 실종과 시진핑 역사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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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펑솨이 실종과 시진핑 역사결의

미투 폭로 이후 사라진 펑솨이 모습   이미지 확대보기
미투 폭로 이후 사라진 펑솨이 모습
장가오리 전 부총리부터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했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 테니스 스타들과 테니스협회, 유엔 인권기구, 미국·영국 정부가 문제 제기를 한데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도 펑솨이 사건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는 특히 강도가 높다.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CNN과 인터뷰를 통해 “펑솨이의 안전이 규명되지 않고 성폭행 피해 주장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다면 수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속에 펑솨이가 메일과 화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그녀의 실종을 둘러싼 의혹은 길수록 커지고 있다. 펑솨이 실종 사건은 시진핑의 영구집권 길을 연 중국당의 역사 결의와 맞물려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추락시키고 있다.

오늘날의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Q정전’이라는 소설부터 읽어보라는 말이 있다. 현대 중국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의 작품이다.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중국 사람들의 국민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1921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주간지 「신보부간」에 파인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됐다.
주인공 ‘아Q’는 ‘웨이장’이라는 중국 남부의 한 가상농촌에 사는 날품팔이꾼이다. 아큐에서 아(阿)는 친근감을 주기 위해 사람의 성이나 이름 앞에 붙는 접두어이다. ‘Q’ 청나라 때 중국인들의 변발한 머리 모습을 상징적으로 비꼰 말이다. 아큐는 머리에 부스럼 자국이 많다는 이유로 자주 놀림을 받았다. 건달들에게 수시로 맞았다.

아큐는 맞으면서도 ‘정신 승리법’으로 극복해간다. 자신을 폭행한 깡패들은 사람이 아닌 벌레일 뿐이라며 벌레에게 쏘일 수도 있다며 자위하는 것이다. 그래도 억울하면 잠자리에서 자신의 뺨을 때렸다. 때리는 주제와 맞는 대상을 분리하여 마치 자신이 제 3자를 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카타르시스를 하곤 했다. 깡패와 맞서자니 더 맞을까 무섭고 그렇다고 그냥 참자니 분하고 원통해서 때리는 손을 자신으로 맞는 뺨을 깡패로 정신적 분리를 한 다음 나름의 한풀이를 하는 것이다. 모욕을 머리 속에서만 '정신적 승리'로 탈바꿈시켜 버리는 아Q의 자기합리화 이중성을 작가 노신은 중국인의 부끄러운 국민성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인들에게는 수 천 년 전부터 중화사상이 배겨있다. 중원에 사는 중국 사람들 이른바 화화(華夏)족 만이 양반이고 그 밖의 동서남북 사방에는 오랑캐들만 득실거린다고 하는 생각이다.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은 오만한 중화사상이 만들어낸 변방의 미개인이라는 뜻이다. 위 촉 오의 삼국시대이후 중국은 그 미개인들에게 정복당해왔다. 오늘날 중국은 흉노 여진 말갈 선비 몽고의 피가 서로 뒤섞인 오랑캐 연합체이다. 특히 청나라 때에는 오랑캐들에 변발을 강요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 중국의 중화사상은 자기 합리화로 변질되어 갔다. 한복이나 김치까지도 중국 것이라고 하는 생각의 근저에는 왜곡된 중화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영어도 중국의 한 지방 방언에서 유래했다고 우길 정도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역사결의’가 화제이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즉 6중 전회를 열어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결의'를 내놨다. 이른바 역사결의이다. 건국 이후 3번째로 나온 이번 역사결의의 핵심은 역사적 흐름 속에 시진핑 리더십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1945년에 나온 첫 번째 역사결의가 마오쩌둥의 건국통치를, 1981년에 나온 두 번째 역사결의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의 역사적 타당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한다면 2021년의 역사결의는 시진핑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동부유란 말 그대로 ‘같이 잘 살자’는 것이다. 부의 공평한 분배이다. 공동부유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21년 8월17일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는 사회주의 본질적인 요구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갈파했다. 그 날 이후 공동부유는 중국의 이데올로기가 됐다. 시진핑이 말하는 공동부유란 민간기업과 고소득층의 부를 당이 ‘조절’하고 ‘자발적’ 기부를 통해 인민과 나누자는 것이다. 소수에게 부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고 부유층과 대기업이 공산당 질서 아래 재집결하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다. 덩샤오핑 이후 익숙해왔던 선부론(先富論) 중심의 성장정책을 성장과 분배를 함께 아우르는 공동부유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교육·부동산·온라인게임·연예계 등 전 분야에 걸친 규제 대책은 바로 시진핑 공동부유 정책의 시발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유토피아일 것이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성장과 분배는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기보다는 서로 대척하는 속성이 적지 않다. 분배와 성장을 함께 이루겠다는 시진핑의 공동부유 사상에서 아Q정전’에서 나타났던 중국식 이중성의 그림자가 비친다. 사회주의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자본주의의 열매를 가지겠다는 공동부유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 편으로는 공동부유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항세력 감금을 일삼는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