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할 때는 최대한 상대를 배려하는 예의를 갖추면 좋다. 이런 모습은 떠나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자부심을 준다.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영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이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헤어졌던 사람을 다시 만나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적이 될 수도 있고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보내는 사람에게 좋은 끝 인상을 주게 되면 그 사람이 해코지를 막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친했던 사람의 악평을 신뢰한다. ‘내가 경험해 봤는데!’라고 말하면서 악평하면 아무도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진중권 교수가 대표적인 예다. 진보 편에 서 있었던 그가 진보 편에 던지는 뼈를 때리는 악평은 사람들이 믿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막 퇴사한 사람이 그 회사에 대해 악평하면 사람들은 그 말을 믿는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직장에서는 퇴사하는 사람에게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는 면접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한다. 네이버로 회사 이름을 검색하면 그 회사가 홈페이지가 먼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면접 본 사람의 블로그 악평이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직장을 떠나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남아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다. 사람들은 이런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앞으로 돌아가 보자. 윤석열 후보는 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조건인 전권위임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으면서도 영입 여지를 남겨 둔 것일까?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이 제시한 조건의 전면 수용 없이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하기 어렵겠지만, 윤석열 후보로서 전권을 위임하게 되면 리더로서 자질을 의심받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다가 이 협상의 결렬책임을 떠안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통령 선거를 마무리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등판시키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했을 때나 가능할 것이다.
리더는 협상의 기본을 생각해야 한다. 협상이란 내가 원하는 것만 얻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준 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윈윈 게임이다. 협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좋은 끝 인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백번 좋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까.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