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와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준은 11월초부터 테이퍼링에 공식 착수했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기부양용으로 풀어왔던 1200억 달러의 유동성 살포 규모를 이달 중 1050억 달러로 축소했다. 한 달 사이 150억 달러 어치를 감축한 것이다. 연준은 이런 속도로 채권 매입규모를 매달 150억 달러어치씩 줄여 2021년 6월까지는 테이퍼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인플레 상황에 맞추어 기준금리도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그 밖의 선진국들이 잇따라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물류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앞으로 상당기간 매파적인 통화축소와 이자율 상승 등 긴축적인 금융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목표치의 3배를 넘는 6.2%까지 올라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9개국도 평균 4.1%나 올라 ECB의 목표치인 2.0%보다 2배 이상 초과한 상태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신흥국 투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 캐피털파트너스 설립자는 터키의 리라화 폭락사태가 달러화 부채가 많은 국가들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서 외환보유고가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경기회복을 이유로 많은 돈이 들어간 데다 외국인 관광객 급감 때문에 달러를 벌어들이지도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터키의 외환보유고는 85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그 절반이하로 떨어졌다. 스리랑카는 외환보유고가 1년새 75%나 줄어 22억6700만 달러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집트는 사우디로부터 3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일본 투자은행인 노무라는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속에 화폐가치 위기 위험이 큰 국가로 이집트, 루마니아, 터키, 스리랑카를 꼽았다.
이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오미트론 변이까지 발생해 신흥국에서는 블랙스완 또는 퍼펙트 스톰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퍼펙트 스톰은 동시 다발적 악재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가치 하락과 유가·국제 곡물가격 급등, 물가 상승 등이 동시에 터졌을 때 등장한 용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퍼펙트스톰' 보고서에서 신흥국 외환위기 경고신호를 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