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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문재인 일자리정부 5년 시공노비 52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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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문재인 일자리정부 5년 시공노비 52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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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모습
조선시대까지 만 해도 노비제도가 있었다. 노비는 노(奴)와 비(婢)가 합쳐진 말이다. ‘노’는 남자 하인, ‘비’는 여자 하인을 의미한다. 초창기에는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노예는 무조건 노라고 불렀다. 노 자의 우변에 있는 ‘우(又)’ 자에서 노예의 외형적인 모습이 자 드러난다. 우자는 손 수(手) 자에서 나왔다. 우는 손으로 일을 처리하는 의미이다. 서 우 자를 포함한 노 자에는 노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한 마디로 죽도록 일만 하는 자들이 노예의 모습이다. 노비란 타인에게 신분적으로 예속된 상태에서 노동에 종사하는 존재를 지칭했다. 그 타인은 개인일 수도 있고 왕실일 수도 있고 관청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왕실과 관청이 노비를 소유했으나 후대로 갈수록 개인이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대상이 누구든 간에 타인에게 예속되어 신분적 얽매임을 받는 존재가 바로 노비였다.

우리나라에서 노비는 종신제였다.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한다, 노비의 구속은 노비 본인뿐 아니라 자손에게까지 이어졌다. 참으로 가혹한 제도였다. 중국에서는 원칙적으로 노비의 세습이 인정되지 않았다. 중국의 노비는 자기 대에 한해서만 복역할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노예 만큼 불쌍한 신분은 없을 것이다. 혈통을 따라 대대로 노비가 되는 법은 유독 한국에만 있었다. .당 나라의 법전인 '당육전(唐六典),에 따르면 관 노비도 70세가 되면 양인으로 삼으라고 되어 있다. 노비에게도 정년퇴직이 있었던 것이다
고려와 조선시대 노비는 솔거노비(率居奴婢)와 외거노비(外居奴婢)로 나뉘었다. 솔거노비는 주인과 같이 살거나 주인집 근처에 거주하면서 직접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비를 말한다. 초기에는 솔거노비가 대세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접적인 노동력을 대신해 신공(身貢)을 납부하는 사 노비가 새로이 나타났다. 이로써 사노비는 신역의 부담형태에 따라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비와 신공을 납부하는 노비로 양분되었다. 여기서 전자를 솔노비(率奴婢) 또는 솔거노비 그리고 후자를 납공노비(納貢奴婢) 또는 외거노비라고 불렀다.

솔거노비의 주된 소임은 주인의 몸종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인 시중을 들거나 직영지(直營地)를 경작하는 형태가 가장 많았다. 외거노비의 신공을 받으러 가기도 하고, 물건을 시장에 팔러 가기도 했다. 편지전달·물고기잡기·나무하기·물길러오기 등도 하였다. 비(婢)는 밥짓기·베짜기 등 여성노동력의 소임을 했다. 솔거노비 중 일부는 주인의 배려로 자신의 토지를 소유, 경작하기도 했다. 비(婢)는 일과 후 밤 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길쌈을 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생계의 대부분을 주인에게 의존한 솔거노비의 생활은 아주 열악했다. 노비는 살아 있는 재산으로 취급되어 매매·상속·증여의 대상이 되었다. 목숨까지도 주인의 의지에 달려 있었다. 국난에 공(功)을 세워 면천(免賤)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주 예외적이었다. 노비제도는 1894년 갑오경장에서 개화파 정부가 신분제를 철폐함으로써 철페됐다. 솔거노비는 법제상으로 소멸되었다. 참으로 한 많고 사연 많은 노비의 역사다.
그런 노비라는 말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새로 등장한 노비의 이름은 이른바 시공노비이다. 시공노비의 시는 시간제의 머리글이다. 공은 공공일자리, 노는 노인일자리 그리고 비는 비정규직일자리이다. 시공노비란 즉 시간제·공공일자리·노인·비정규직 일자리에 고용된 사람을 일컫는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들이 자조적으로 만들어낸 말이다. 니

문재인 정부 들어 시간제·공공일자리·노인·비정규직 근로자 즉 시공노비는 모두 520만명 급증했다, 반면에 전일제·청년 근로자는 모두 감소했다. 한마디로 고용의 질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정부 출범 당시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결과적으로는 시공노비가 많이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8월 657만명이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올 8월 806만명으로 149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32.9%에서 38.4%로 상승했다. 그 전 정부 때인 2013~2017사이에는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32.5%에서 0.4%포인트 올랐다.

공공일자리는 3분기 말 기준 2017년 취업자가 305만에서 올 384만명으로 79만4000명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취업자도 급증했다. 노인 취업자는 2017년 231만명에서 올 9월말 현재 317만9000명으로 86만명 증가했다. 시간제 근로자는 204만2000명 급증했다. 반면 전일제근로자는 147만7000명 감소했다. 전일제근로자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결국 시간제 전일제 근로자는 줄고 시공노비가 크게 늘어났다. 시공노비는 물론 노비가 아니다. 고려나 조선시대의 솔거노비와 외거노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래도 시공노비의 폭발적 증가는 우리가 꿈꾸어 온 이상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