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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CPI 물가지수 6.8%↑ 스태그플레이션과 필립스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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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CPI 물가지수 6.8%↑ 스태그플레이션과 필립스 곡선

CPI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 다우지수  이미지 확대보기
CPI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 다우지수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즉 CPI가 무려 6.8% 올랐다. 10월의 6,.2% 보다 0.6% 포인트 더 올랐다.

11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8% 급등했다고 밝혔다. 1982년 6월 이후 39년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뉴욕증시의 컨센서스 전망치인 6.7% 보다 높았다. 예상보다 더 높았다는 의미이다. CPI 는 전전월 대비로도 0.8% 올라 이 역시 뉴욕증시 시장 전망치인 0.7%를 웃돌았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9%, 전월보다 0.5%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다우지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로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앞당겨 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이미 예고된 물가라는 점에서 뉴욕증시에서는 내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바이든 대통령이 CPI 통계 집계이후 실제 물가가 떨어졌다는 백악관 성명을 내면서 뉴욕증시에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CPI가 이처럼 오르자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가는 오르는 데 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나타나고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0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6.2%였다. 미국 연준의 물가 억제 목표치가 2%인 점을 감안할 때 높아도 너무 높다. 물가가 오르면 성장률도 함께 치솟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물가와 성장의 이 같은 상충관계는 필립스 곡선의 이론으로 경제학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요즈음 미국 경제는 물가폭등 속에 성장률이 오히려 떨어지는 이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2%로 집계됐다고 밝히고 있다. 직전 2분기의 6.7%에 비하면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에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붙인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중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것을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이라고 한다.

고전파는 물론이고 신고전파 경제학의 시대까지만 해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불황기에 물가가 하락하고 호황기에는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거시 경제정책의 목적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은 동시에 달성하기 상충관계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희생하거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감내해야 한다. 안정과 성장을 두 마리 토끼에 비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정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긴축 기조로 전환된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시중에 넘치는 돈을 회수해야 한다. 시중에 돈 공급이 줄어들면 이자율은 상승한다. 시중에 돈이 줄어들고 이자율이 올라가면 소비수요와 투자수요가 감소한다. 이와 함께 긴축적인 재정정책으로 정부의 재정지출도 감소하고 총수요가 감소한다. 수요가 감소하니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는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인다. 가격이 하락한다. 기업은 재고가 쌓이니 생산을 줄인다. 고용은 감소한다. 물가는 안정되지만 실업자는 늘어난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고 실업자가 많아지면 정부는 돈을 풀고 정부지출을 확대한다. 부족한 민간 부문의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지출을 제대로 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 실업자의 수가 줄어든다. 또한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는 올라가고 이자율은 하락한다. 기업의 투자가 살아난다. 생산이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실업률은 하락한다. 실업률의 감소는 인플레이션의 증가와 맞바꾼 것이다.

물가가 오를 때 불황이 전개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은 정통파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거의 발생할 수 없는 돌연변이 정도도 치부되고 있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전쟁이나 오일 쇼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환에서 아주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기형적 현상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어디까지나 비정상의 상황인 만큼 정상적인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으로 풀어가기도 어렵다.

오늘날 중앙은행 제도는 피셔와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경제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통화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는 필립스 곡선이다. 필립스 곡선의 이론대로라면 물가가 오를 때 성장률도 함께 뛰는 것이 정상이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필립스 곡선의 메커니즘에 입각하여 불경기에는 금리를 내리면서 돈을 풀고 반대로 과열경기일 때는 금리를 인상하고 통화량을 축소하고 있다. 불경기와 물가폭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중앙은행도 손을 쓸 방책이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경제현상을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단정할 수없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경제지표에는 기저효과와 역기저 효과가 심해 전년 동기대비 변동율만으로 호불황을 판단하기 어렵다. 공급망 차질도 구조적 경제문제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풀릴수 있는 마찰적 현상으로 볼 수있다.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한다는 자세로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에도 나름의 일리가 있겠지만 걱정이 너무 앞서면 멀쩡한 일도 망칠 수 있다. 필립스 곡선은 아직도 살아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