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즉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8% 급등했다. 1982년 6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뉴욕증시의 전문가 컨센서스 전망치 6.7%보다도 높았다. 6.8% 상승률은 그 전 10월의 6.2%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11월 CPI는 또 전월 대비로도 0.8% 올랐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인 0.7%를 웃돌았다. 근원 CPI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9%, 전월 대비 0.5%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1981년 중반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이 와중에 뉴욕증시는 큰폭으로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마감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을 경신하기도 했다.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6.30포인트(0.60%) 오른 35,970.99로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4.57포인트(0.95%) 상승한 4,712.02를 나타냈다. 기술주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13.23포인트(0.73%) 뛴 15,630.60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이번 주 들어 3.82% 올랐다.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4.02%, 3.61% 상승했다. S&P500지수는 11월 18일 이후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CPI 물가폭탄 속에 뉴욕증시가 오히려 오르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CPI 물가폭탄이 터진 만큼 연준 FOMC는 테이퍼링과 금리인상등 긴축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그런데도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CPI 지표 발표 후에 연준의 테이퍼링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0.62%까지 하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1.45%까지 밀렸다.
여기에는 3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는 CPI가 높긴해도 정점을 지났다는 안도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CPI 통계 작성 후 미국의 물가가 떨어지고 있음을 역설했다. 둘째 이유는 오미크론 부작용이 예상외로 경미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코로나 펜데믹 이 곧 극복되고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활성화 될 것이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셋째 이유는 테이퍼링 시간표를 당긴다고 해도 여전히 금융기조가 완화적이라는 점이다. 금리인상은 빨라야 내년 2분기 이후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뉴욕증시의 유동성 장세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란 기대감이 뉴욕증시를 끌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근원 물가지수가 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한 데다 헤드라인 물가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7%까지 오르지 않으면서 안도 랠리 분위기가 형성됐다. 더블라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이번 인플레이션 수치가 곧 7%를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나 결국 빗나갔다.
이중에서도 특히 이번 물가 수치가 고점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특히 주목을 끈다. 특히 중고차, 숙박, 항공료 상승률이 모두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내년 6월 1회 금리 인상 가능성을 43.1%로 반영했다. 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은 27.5%로 반영했다. 내년 5월 1회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은 43.7%, 2회 인상 가능성은 13.0%를 기록했다. 이 또한 금리인상의 공포가 그리 크지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 지수(VIX)는 2.89포인트(13.39%) 하락한 18.69를 기록했다.
물론 인플레가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도 없지는 않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소비자 수요 급증, 치솟는 주택 임차료와 원자재 가격 등이 맞물린 미국의 인플레는 이미 '퍼펙트 스톰'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푼 돈이 수요폭탄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갑이 두둑해진 미국의 소비자들이 상품 구입에 주로 지갑을 열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델타 변이의 유행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 더뎌지고, 물류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번 CPI 수치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여서 겨울철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염력이 강한 대신 증상은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델타 변이만으로도 공급망에 부담을 가할 수 있다.
미국 연준을 향한 통화정책 정상화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연준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내년 조기 금리인상의 문을 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월 자산매입 축소액을 현 150억 달러에서 내년부터 300억 달러로 증액해 3월까지 테이퍼링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이르면 2분기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뉴욕증시는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러나 인플레가 정점을 지났다고 역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 11월,CPI 데이터 수집 이후 몇 주간을 보면 비록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가격과 비용 상승은 둔화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어 "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가격 인상이 둔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더 많은 진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CPI 보고서 상 가격 인상의 절반은 지난달 자동차와 에너지 비용에서 비롯됐다면서 이 두 부문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휘발유 가격은 고점에서 떨어지고 있고 20개 주에서는 이미 20년 평균보다 낮다. 천연가스 가격은 11월 평균에서 25% 하락했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최근 몇 주간 도매 시장에서 중고차 가격 하락이 시작됐고, 이는 향후 몇 달 안에 더 낮은 가격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공급망에 대한 어려움과 관련해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몇 주간 더 많은 진전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비자가 회복세를 확신하기 전에 가격과 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이는 우리 행정부의 최우선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바이든의 성명이 뉴욕증시 랠리의 한 원인이 됐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