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Diversity)이 중요시되면서 떠오른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포용성(Inclusion)이다. 다양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요소이다. 조직의 주를 이루는 구성원 그룹과 다른 배경, 문화, 인종, 관점, 경험 등을 가진 구성원이 새롭게 합류할 수는 있지만, 그 조직이 포용할 수 없다면 다양성은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는 독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은 흔히 다양성과 포용성을 묶어 D&I(Diversity & Inclusion)라고 명칭 한다.
축구 경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축구라는 하나의 스포츠 종목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동일한 규정 안에서 경기에 참여하고, 공정한 룰 안에서 모든 경기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한 팀은 11명의 선수가 경기를 뛰고 상대 팀은 12명의 선수가 경기를 뛴다면 어떻게 될까? 질서 없는 축구 경기가 계속된다면 축구는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스포츠가 아닌 전쟁이 되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대한축구협회에서는 경기 규칙을 무려 220페이지에 걸쳐 기술하고 있다. 경기 규칙은 이처럼 질서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조직 안에서도 스포츠의 규칙과 같은 원칙이 존재한다. 인재상, 핵심가치, 일하는 방식, 행동지침 등 다양하게 표현된다. 주로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라면 어떤 사람이어야 하며,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기술한다. 가령 아마존에서는 16가지의 리더십 원칙이 존재한다. 이 원칙을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하고 평가하기까지 한다. 대개 이런 원칙들은 멋있는 문장들로 포장되어 있다. 멋있게 포장된 문장은 주로 기업의 웹사이트, 건물, 사무실, 회의실 등에 걸려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자기 조직의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표면상의 원칙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원칙이 없는 조직이 다수이다. 대게 원칙이란 채용 면접 이전에 외우는 문장이 되어 버리거나, 항상 액자 안에 걸려 장식품이 되면서 무관심의 영역이 되어버린다. 실제 업무를 해나가면서 인식하지 않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조직의 원칙을 작동하지 않는 원칙으로 여긴다. 원칙에 대해 얘기하면 철학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로 치부한다. 그러나, 과연 축구경기에서 ‘레드카드’라는 원칙은 작동하지 않는 원칙인가? 그렇지 않다. 레드카드라는 원칙은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왜 축구 경기에서는 가능한 것이 조직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축구 경기에서는 그 원칙이 지켜지는지 끊임없이 관찰하는 ‘심판’이 있기 때문이다. 심판은 때로는 같이 뛰어다닌다. 필요한 순간순간에 레드카드라는 원칙으로 질서를 만든다.
마찬가지이다. 조직 안에서도 심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리더’가 되어야 한다. 리더가 심판으로서 원칙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고, 구성원의 행동을 관찰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때 실제로 원칙있는 조직으로 바로설 수 있다. 오늘 하루 원칙을 세우는 리더, 원칙을 가진 조직을 꿈꿔 보는 것은 어떤가?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