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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헝다그룹’ 파산에 '대우' 그림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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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헝다그룹’ 파산에 '대우' 그림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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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일 금융증권부 부국장

고사성어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말이 있다.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그 영향으로 온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과 중국 관계가 그렇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경제가 내년에는 부동산부문 과잉투자와 지방정부의 부채 증가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의 경기 침체는 헝다그룹의 파산 탓이다. 중국경제는 금융위기 후 부동산 중심으로 성장했다. 필자가 중국에 머물던 2012년부터 2015년 초까지 중국 주요 도시에선 하루가 다르게 'oo房地产' 즉 부동산중개업소가 늘었다. 특히, 헝다그룹의 이름을 내건 간판들도 참 많았다. 길거리에는 온통 부동산 관련 팜플렛이나 명함을 뿌리는 사람도 많았다. 2018년도에는 웨이신이나 큐큐로 소식을 전해오던 중국 친구들이 유독, 부동산 투자 관련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중국은 당시 부동산 '붐'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부동산에서 야기된 구조적 리스크로 골치다. 급기야 부동산 대표기업인 '헝다그룹'마저 무너졌다. 재정 기반이 취약한 중국 지방정부는 부동산경기 부진에 부채만 키웠다. 중국경제를 이끈 국유기업 중심의 연구개발투자와 기술혁신전략도 부동산경기 침체로 성과가 미미하다. 근로자의 임금은 올랐지만 노동력은 약하다. 중국 내 계층 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자산 불균형도 심하다. 중국 당국이 추구한 내수 중심 성장도 흔들렸다. 당국이 나서서 경제 문제에 개입했지만 민간 부문의 자율성만 상실됐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요소는 커지고 기업들의 경영 여건은 악화됐다.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으며 미래 전망은 불투명하다.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잠재 경제성장률을 2025년까지 평균 5%, 2030년까지 3%, 2035년까지 2%로 매년 하락세로 전망한다. 구조적 위험요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중국경제는 침몰한다. 문제는 중국경제 침체가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구조 상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이의 탈출이 시급하다.

중국에 대한 심각한 의존의 폐해를 각인 시킨 것이 이번에 터진 '요소수 대란'이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계약 후 받지 못한 요소만 1만 8700톤가량이다.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중국에서 80%이상 수입하는 제품만도 1850개(약15%)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보니 중국 경제의 위기는 우리 경제에 악재다. 수입 품목에 대한 면밀한 관리 체계가 시급하다. 당장, 2022년도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이 시급하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가 절실하다.

필자가 중국 주재원 시절, 쑤저우에 출장 갔다가 ‘외모는 몹시 초라하지만 강한 엔진 가동 소리를 내며 거리를 달리는 버스’를 발견했다. 순간 버스 앞면에 'DAEWOO'라고 써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곁에 있던 중국인 동료가 '한국 버스 최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코끝이 찡해지며 고국에 대한 자긍심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내 곧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며 세계경영을 표방하고 재계서열 2위까지 올랐던 '대우'는 1999년 11월 그룹이 해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당시 한국은 IMF관리 체제에 있었다. 하지만 대우의 잔재는 이국땅 ‘중국’에서 그 이름을 연명하며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대우는 한 때 한중간 가교역할을 담당하던 대표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초라한 명맥만 유지한다. 중국 내 부동산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했던 ‘헝다 그룹’ 역시 한순간에 파산했다. 서로 상관없는 두 기업의 흥망성쇄를 바라보면서 대우 몰락이 한국 경제위기를 가져왔듯 헝다파산이 중국경제 전망을 암울하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