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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쉬운’ 규제가 만든 대출 대란 금융당국의 인식 전환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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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쉬운’ 규제가 만든 대출 대란 금융당국의 인식 전환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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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신민호 기자
“고객들에게 대출이 안 된다고 말하기가 두렵다. 당장, 대출이 어렵다며 상황을 설명해도 고객들은 도통 들으려고 하지를 않는다. 오히려 화부터 낸다” 본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한 시중은행 직원이 내뱉은 하소연이다. 그는 최근 대출 중단 사태 관련, 영업점에서는 속된말로 '고객 불만을 흡수하는 업무만 가중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선 영업점에선 "대출 한도가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데, 당장 전세 자금 등이 필요한 고객들을 어떻게 이해 시켜야 할지 막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출 대란'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금융 당국과 금융 소비자 간 체감하는 '온도차'는 상당하다. 금융 당국은 은행이 정해진 대출 총량 한도 내에서 가계 대출 증가세가 자율적으로 조절되길 바란다. 당국은 시장 자율을 내세우며 금리 문제 등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객은 대출 중단을 '폭거나 다름 없다'고 인식한다. 집값이나 전세 값은 오르는데 대출을 줄인다는 것이 도통 납득이 안 간다. 충분한 신용도와 상환 능력을 갖춘 고객조차도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대출액 자체에 큰 변화가 없다지만 당장 감당해야 할 이자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은행 역시, 정부가 추진 하는 대출 총량 규제가 고역 이다. 최근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당국과 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은행이 당국 규제를 따르고자 대출 줄이기에 나선만큼 역으로 쌓여가는 고객 민원으로 주름살만 늘어 간다. 이 같은 대출 대란의 원인이 어쩌면' 당국의 쉬운 길 찾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당국이 일률적으로 한도를 정하고 적용한 결과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특히, 이들은 더욱 비싼 이자를 떠안게 됐다. 은행 역시 수익성 악화와 업무 부담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가계 빚 증가세를 줄일 수 있겠지만, 실수요 문제는 전혀 해소 시키지 못하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성과만 보인 것이다. 내년 역시 가계 대출 증가세는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국은 투기 목적의 대출을 막고자 '사후 점검' 등이 담긴 '가계대출관리방안'을 내년부터 실시한다며 검토하고 있다. 특히 분기별 대출 관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올해의 대출대란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나름대로 시장 우려를 해소 시키고자 힘쓰는 것이다.
분명, 은행업은 규제 산업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은행이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선 '적절한 규제'가 필수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정답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가 발달 하기 위해선 적절한 시장 경쟁도 필요하다. 내년 만큼은 대출 규제가 은행 산업을 위축시키는 '칼'이 아닌, 살리는 '메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은행업을 바라보는 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