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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황당한 통상 외교 터키· 한국은행 통화스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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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황당한 통상 외교 터키· 한국은행 통화스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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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분석과 진단
요즘 뉴욕증시에서는 터키 에드로안 대통령이 코미디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가를 잡는다며 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는 에드로안 터키 대통령의 정책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는 것이다. 비트코인등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에드로안의 정책은 황당한 돈기코테 식 코미디로 보고 있다.

뉴욕증시 코미디 속에 터키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터키의 돈인 리라화의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의 국내물가는 폭등하고 있다.
터키의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 즉 CPI는 전년동기대비 36.08% 급등했다. 2002년 9월 이후 20년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국민 가계 지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비는 43.8% 상승했다. 교통비는 무려 53.66% 폭등했다. 통화가치 폭락와 물가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에드로안 대통령이 제공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금리를 지나치게 내리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폭발적인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 것 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부터 넉 달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당시 19%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현재 14%로 떨어졌다. 터키의 리라화 가치는 1년새 45% 가량 폭락했다. 지난해 초 1달러당 7.4리라 선이던 환율은 현재 1달러당 13.5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가 올라 수입이 줄고 수출 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런 상황이 선순환으로 이어져 리라화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고, 수입물가도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에드로안의 실험은 실패로 확인되고 있다. 터키의 돈인 리라화 가치가 요동치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바닥이 났다. 물가가 오르는 데 금리를 내려야한다는 것은 사실상 궤병이다. 뉴욕증시에선느 코미디로 받아들이고 있다. . 선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터키 중앙은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터키의 순해외자산은 마이너스 51억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순해외자산이란 해외자산에서 해외부채를 뺀 금액이다. 터키의 외환보유액이 사실상 바닥이 났다는 의미이다.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도 터키가 아직 국가부도에 빠지지 않은 것은 통화스와프의 덕분이다. 지금 터키는 통화스와프를 발동하여 다른 나라로부터 비상 외환을 들여다가 위기를 땜질하고 있다. 터키로서는 통화스와프가 마지막 생명 끈인 셈이다. 통화스와프는 둘 또는 둘 이상의 국가가 서로 급할 때 상대방의 통화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미리 계약을 맺어두는 것이다.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국가 간의 협정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터키와 거액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터키는 2012년 8월 터키 돈 175억 리라와 우리나라 원화 2조3000억 원을 3년의 기한 내에서 마음대로 바꿔 쓸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 리라화 외환위기가 엄습하면서  한국은행이 떨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터키 리라화 외환위기가 엄습하면서 한국은행이 떨고있다.


아주 공교롭게도 한국-터기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키에 외환위기가 터졌다. 다급해진 터키는 그 계약에 따라 한국 돈을 인출해 리라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터키가 외환위기를 잘 수습해 경제를 정상화시킨다면 우리로서는 큰 타격 없이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터키가 디폴트에 빠져 우리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심각해진다. 2조3000억 원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터키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극심한 외환위기에 시달려왔다. 터키의 에드로안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금리를 계속 내리면서 리라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있다. 터키 통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는 최악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은행이 터키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추진할 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국제사회에서도 터키 에르도안 독재정권을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반대가 심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끝내 터키와의 계약 체결을 강행했다,

한국은행은 터키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에 무역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터키는 2013년 5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2020년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68억6000만 달러이다. 그중 40억 달러 이상이 우리나라가 얻는 무역흑자이다.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터키 측은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한때 우리나라와의 FTA 파기 카드까지 들고 나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FTA를 유지하기 위해 터키의 요청대로 통화스와프 협약을 맺어주었다는 것이다. 나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2조3000억 원의 디폴트를 담보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큰 것 같다.

터키 외환위기는 에드로안의 경제 독재에서 시작됐다. 물가가 치솟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상식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반대로 중앙은행을 압박해 되레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는 리라화의 폭락이었다. 급기야 터키는 흔들리는 리라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었다. 보유외환은 점점 줄어간다. 한국은행이 빌려준 2조3000억 원의 회수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져간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로 통화의 국제적 신뢰도가 높은 이른바 기축국들과 통화스와프를 맺어왔다. 미국과 일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은 우리나라의 외환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당장 꺼내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달러나 엔화를 언제든지 보충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신용도가 올라갔다. 안타깝게도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은 한일 외교마찰의 와중에 시나브로 날아가 버렸다. 미국와의 통화스와프 협정도 무슨 사유인지 몰라도 더 이상의 연장 없이 올 연말로 끝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유리한 통화스와프는 하나 둘 끝나버리고 우리에게 부담이 크게 남는 통화스와프만 남게 됐다. 경제통상외교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터키에 통화스와프를 제공한 한국은행의 통상외교도 뉴욕증시에서 또 하나의 코미디가 되지 않을 까 우려되는 순간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