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 삶을 돌이켜보면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을 뿐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중요한 일은 별로 없다. 크고 중요한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단 생각이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결국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기 때문이다.
임인년인 올해는 검은 호랑이해라고 한다. 호랑이해인 만큼 모두가 호랑이의 눈으로 이웃을 잘 살피면서 우직한 황소걸음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제법 오랜 날을 꽃을 보며 사는 동안 내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세상엔 이유 없이 피는 꽃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하찮아 뵈는 꽃이라 해도 저마다 피는 까닭이 있고,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생태계는 모든 생물이 환경과 서로 적응하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연못에 사는 물풀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주고, 곤충과 물고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연꽃 같은 식물은 물을 정화해 주고 연못을 비추는 햇빛은 물풀이 잘 자랄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생태계를 이루는 생물의 종류와 수가 급격히 변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생태계의 평형’이라고 한다.
안정된 생태계는 스스로 평형을 유지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가뭄, 홍수, 태풍, 지진, 산불 같은 자연재해나 댐, 도로, 골프장 건설 등과 같은 환경 파괴로 인해 생태계의 평형이 깨지기도 한다. 그중에도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다.
동물이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다. 녹색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동물은 다시 산소를 흡수한다. 동물과 식물, 이산화탄소와 산소는 연결되어 하나의 원을 형성한다. 원을 이루는 순환이 바로 생명의 원천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다. 나 역시 그동안 생태계의 그물망을 망가뜨리는 데에 일조를 해왔다고 생각하면 꽃을 볼 면목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새해부터는 쓰레기를 조금씩이라도 줄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소개한 비 존슨 씨 가족 4명이 1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는 지름 10㎝, 높이 10㎝의 유리병에 담긴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 팩이나 쇼핑백, 휴지와 물티슈 같은 것의 사용도 최소한으로 줄여볼 생각이다. 일회용 종이컵 대신 휴대용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내게 필요하진 않으나 쓸모 있는 물건은 쓰레기로 배출하기보단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줄 생각이다. 어쩔 수 없이 버려야만 하는 물건들은 재활용될 수 있도록 올바르게 분리해서 배출할 생각이다. 버린다고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어딘가로 가서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반드시 돌아온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내가 누리는 편익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사랑하자는 캠페인이나 지구를 지키자는 사명감보다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꽃을 더 오래 보고, 내가 사랑하는 자연을 맘껏 즐기기 위해서라도 새해부터는 쓰레기를 줄이고 모든 것이 촘촘한 그물망으로 이어져 있는 자연 속의 일부로 살아가는 나이기를 소망해 본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