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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충청권 지방은행 드디어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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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충청권 지방은행 드디어 부활하나

금융증권부 이도희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증권부 이도희 기자
최근 충청권 내 지방은행 설립 얘기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충청은행이 1998년 IMF 외환위기의 파고를 겪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후 23년 만이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둔 시점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충남권 지방은행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나섰지만 지역 간 이견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다른 시·도와 달리 지역에 연고를 둔 은행이 없다 보니 충청 지역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충청권 소득이 역외유출되고 있으며 원활한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 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금융 지원에 있기 때문에 충청권에도 이를 책임져 줄 지방은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해 공개한 '2020 지역 소득'을 보면 역외유출 지표인 지역외순수취본원소득 항목 중 충남은 역외유출 23조 원(유출률 20.2%)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 지역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자본이 만만치 않다. 충북 지역 역외유출은 13조 원(유출률 18.4%)으로 충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역외유출이 크다는 건 지역에서 돈이 돌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감을 의미한다. 즉 충남과 충북의 소득이 생기더라도 그 중 4분의 1 정도는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러하자 소득 역외유출 1위인 충남을 중심으로 충청권 지자체들은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지방은행을 설립해 지역 자금 선순환을 통한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안정적 금융 지원을 꾀하고, 나아가 충청권 메가시티의 일환인 광역생활 경제권을 완성해야 한다는 복안을 앞세웠다. 또 지방은행 설립 시 신규 총 대출액의 60% 이상이 중소기업·소상공인 몫으로 돌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충남도 산하 충남연구원도 지방은행 설립에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에 따르면 충청권 은행 설립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생산 유발 효과는 3조4935억7000만 원이다. 기타 지역까지 포함하면 4조7121억5000만 원이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 역시 충청권에서 1조9581만8000만 원으로 기타 지역을 포함할 경우 2조5465억2000만 원의 막대한 파급력을 자랑한다.

충청권 도민들도 지방은행 부활을 고대하고 있다. 충남도가 지난해 11월 충청권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설립이 필요한 이유로는 소상공인·서민 지원 31%, 지역 개발사업 추진 26%, 지역 중소기업 육성 21% 순으로 민생·지역 경제 활성화와 궤를 같이 했다.

'불필요하다(28.9%)'거나 '모른다(7.2%)'는 응답도 주목을 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자의 85.7%가 '현재 일반 시중은행의 역할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는 일정 부분 지방은행의 역할을 하는 시중은행들이 있고, 온라인 은행과 AI 금융 서비스 등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금을 들여 지방은행을 설립해야 하는지에 물음표가 붙는 지점이다.

당초 충청권 은행이던 충청은행과 충북은행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으로 퇴출됐다. 각각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흡수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충청 지역에 지방은행이 다시 들어서지 못했다. 현재 전국 시·도 중 지방은행이 없는 곳은 충청권과 강원권뿐이다.

일각에서는 충청은행의 전신인 하나은행이 지방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오히려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지방은행 무용론'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은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에 지점과 출장소 등 거점 86개를 보유하고 있다. 타 시중은행의 경우 해당 지역 내 거점 수가 하나은행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콩쥐팥쥐전'의 이야기처럼 항아리에 아무리 물을 부어도 밑 빠진 독에는 물을 담을 수 없다. 지역의 부(富)가 유출되는 것을 막고, 금융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절실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서민층에 미치는 역할까지 감안한다면 지방은행의 설립은 절대적이다. 지역경제와 상생하고, 지방은행과 동행하는 지방은행 설립이 더 이상 지연되면 안 된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