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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 정부 '게임 죽이기', 반면교사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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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 정부 '게임 죽이기', 반면교사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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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부 이원용 기자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은 게임계에도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 텐센트 등의 '자본 공세'에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까지 다양한 게임사들의 지분이 중국 손에 넘어간 가운데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 '원신' 등 웰메이드 게임을 바탕으로 개발력 면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듯하던 중국 게임사들의 최대 장벽은 아이러니하게도 타국의 게임사들이 아닌 정부 규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데이터 안전법·강력 셧다운제 시행, 게임 콘텐츠 심의 강화, 출판심사번호(판호) 발급 중단, 반독점 위반 혐의로 과징금 부과 등 다방면으로 게임사들을 옥죄고 있다.
홍콩 매체 남화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동안 중국 게임 개발 스튜디오 약 1만 4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대형 게임사들은 정부 규제에 '무조건 충성'을 외치고 있지만, 뒤로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며 활로를 찾고 있다.

단적으로 텐센트는 지난 한 해 48건의 해외 투자를 단행했으며, 여기에 영국 '스모', 미국 '터틀락', 독일 '예거' 등 게임사 인수가 다수 포함됐다. '나라카' 개발사 넷이즈는 캐나다, 일본에 개발지사를 설립했으며 '원신' 개발사 미호요는 최근 대표작들의 운영권을 싱가포르 지사로 이관했다.
중국 게임계가 휘청이고 있는 것은 한국 입장에선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역시 '강제 셧다운제'가 올해 와서야 간신히 폐지되는 등 규제 이슈에서 자유로운 형편은 아니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보는 시선이 사회 전체에 만연해있고, 일각에선 '한국도 중국의 게임 규제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게임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게임 이용 전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전체의 매출은 잇단 규제에도 불구, 2020년에 비해 6.4% 성장했다.

게임 과몰입이 낳는 폐해나 사회 질서를 어지럽힐만한 게임들의 탄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강경 규제는 국산 게임의 황폐화를 초래하고, 갈 곳을 잃은 게임 수요와 매출을 고스란히 해외, 특히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는 중국 게임사들이 채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